농어촌상생협력기금 4년 만에 1000억원 돌파…민간 참여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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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0-09-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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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A씨는 최근 갑작스레 한쪽 팔다리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을 받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횟수가 늘어나면서 불안해진 A씨는 서산시 관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증세를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의료서비스 사업으로 파견을 온 서산의료원 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CT 등 검사자료를 확인한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 의심 진단을 내리고 상급병원으로 가라는 조언을 줬고, 뇌경색을 확인한 A씨는 초기에 진료를 받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A씨는 “농어촌기금사업을 몰랐다면 증세를 가벼이 여겨 초기 골든타임을 놓쳐 병세가 악화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도시-농어촌 간 격차를 메우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분야별 창의적인 사업이 추진되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농어촌 지역의 복지·문화·의료 등의 빈틈을 채우는 중이다. 농어촌에 청년 스타트업을 입주시키는 사업처럼 지역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도입 4년 만에 누적 출연금 1000억원을 돌파했다. 초기엔 공공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민간기업 참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예술축전·록페스티벌 열리는 태안…학생들이 문화예술 도시 만들어
“대도시에서도 느끼지 못한 따뜻한 의료경험”…의료복지 실현

2019 태안학생예술동아리 축전[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제공]


충남 태안군은 2018년부터 매년 예술축전, 록페스티벌이 열린다. 지역주민 2000여명이 축제를 즐긴다. 공연은 관내 32개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밴드 등 학교의 자율적인 문화예술 동아리가 모여 축제를 열고 학생·학부모는 물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한다.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의 동아리 수준은 상당하다. 컨설팅 요청학교를 대상으로 전문강사가 파견돼 동아리를 운영하는 방법부터 축제 준비까지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도농 간 문화예술교육 격차 해소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사업 중 하나인 ‘학교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태안에선 이 축제가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가는 중이다.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는 4점 만점에 3.6점이다. 학생들의 문화예술 잠재성을 끌어올리고, 농어촌 지역의 문화예술 교육 필요성을 잘 보여준 사례인 만큼 해당 사업을 연속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도시와 비교해 인프라가 부족한 의료서비스의 기반 조성에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적극 활용된다. 현재 농어촌 지역에 한·양방 의료진의 의료봉사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종합건강검진 비용지원, 공공의료원에 의료진 파견, 저소득층의 안과 검진 및 눈수술비 지원 등 16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산의료원에 서울대병원 의료진을 파견한 사업이다. 서산의료원 내 부재했던 정신건강의학과는 매일 20~40명의 일반 외래진료를 실시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담을 진행한다. 가정의학과는 건강검진·노인특화검진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 1794명을 진료했다. 신장암·뇌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는 34명의 고령 환자도 관리 중이다. 지난해 10월엔 후두암 의심소견 환자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환자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검사 및 호흡기 환자 진료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서산의료원에서 코호트 격리 병동 내의 대구·서산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입원환자 증상변화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 유치로 농어촌에 뿌려진 ‘유니콘 씨앗’
업그레이드된 특산물부터 체험 프로그램까지 ‘지역경제 활성화’

[게티이미지뱅크]


‘유니콘’을 꿈꾸는 청년 창업가들이 농어촌을 찾았다. 그것도 강원 폐광지역이다. 농어촌이 인프라·접근성이 떨어져 창업하기 힘든 곳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유인책이 됐다. 혁신성장 기업 유치를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청년창업기업 폐광지역 이전지원 사업인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다. 7년간 210억원의 이전지원금이 투입돼 혁신성장 유망기업 21개사에 지원된다. 지난해 3개사를 선발하는 첫 공개선발 프로그램에 125개사가 몰려 4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혁신유망 청년기업 유치와 관련 기업들의 이전으로 혁신산업클러스터가 구축되면, 지역인재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와 성장동력 부재로 어려움에 빠진 농어촌 지역에 ‘유니콘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향후 △지역 농촌과 협업 △기술전파교육 △지역학교와 연계 인재육성 등 연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부산 기장군에선 지역 특산품 판매를 위한 직판장 구축 및 지역민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해 마을 자립역량을 높이고 어촌 경제 활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간 방치돼 있던 제주 대정읍의 폐창고를 전시공간을 포함한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해 마늘 생산자와 관광객의 상시적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주요 여행 소비층인 3040에 대정마늘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올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000억원 돌파…민간기업의 출연 확대가 고무적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7년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과 기업간 상생협력 촉진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5년 말 한·중FTA 비준 동의 시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기로 여야정이 합의하며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공공투자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농어촌 현안을 민간 협력으로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기업은 사회공헌을, 농어업·농어촌은 성장·발전을 할 수 있는 공유가치를 창출한다.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경우 지정기부금 효과, 출연세액공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적용받아 최대 95%의 세제혜택 효과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공기업 834억원(49개사), 민간기업 166억원(47개사), 개인 및 단체 2억원(106건) 등 총 1001억원이 조성됐다. 이 중 231개 사업에 628억원이 사용됐다. 또한, 삼성전자 등 46개의 민간기업 참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사용 용도는 법적 근거를 둔 4개 사업과 현물출연 사업을 포함해 총 5개다. △교육·장학 사업 △복지증진 사업 △지역개발 및 활성화 사업 △공동협력 사업 △현물출연 사업 등이다.

[아주경제DB]


농어촌상생기금 사업, 점진적·체계적으로 발전 중
참여기업의 사업기획 부담을 완화하고 참여가 용이하도록 공모사업 발굴·추진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사업은 대기업 등과의 협업으로 매년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GS·포스코 등 3개 대기업과 지역 교육청이 추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농어업 전문 인력 육성 사업이다. 이들은 농어업계 고등학교에 복합환경제어시설과 ICT 융복합 기술 연계시설 등 ICT 기반설비 및 스마트 실습장을 신·개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천안제일고, 김천생명과학고, 광주자연과학고에 ICT기반설비 구축을 지원하고, 향후 국내 농어업계 특성화고 60여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민간기업이 농어촌상생협력 사업기획에 부담을 갖지 않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사업도 발굴·추진 중이다. 시범적으로 시행한 사업은 한국가스공사·한국서부발전이 참여한 마을기업 지원이다. 대기업·공기업이 소재한 지역의 마을기업 지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단순히 마을기업 설립을 지원하는 게 아닌 판로·행사·시설·컨설팅 등을 종합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이 저조한 기업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심층 컨설팅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정부, 지자체, 농·수협도 협력사업을 개발·추진한다. 농협경제지주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기업이 원하는 지역 농산물을 해당 지역농협이 구매하고 지자체와 연계해 취약계층을 돕는 방식이다.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기업이 농어업·농어촌에 공헌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방향을 발굴·제시해 기업과 농어업·농어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 체계화에 힘쓸 것”이라며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로 공유가치를 창출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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