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 입주한 인기 패션 브랜드 레얼바오베이(烈兒寶貝) 관계자의 말이다.
그 동안엔 라이브 커머스(라이브 스트리밍+전자상거래 합성어)를 통해 신상품을 출시해 아무리 많은 예약 주문을 받아도 공장에서 제품 출고가 늦어져 주문이 취소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잦았다. 그런데 2018년 말부터 쉰시 공장과 협력하면서부터 신상품 출시 주기는 60% 단축됐고, 고객들의 환불 요구도 줄었다.
◆ 알리바바 新제조 플랫폼···'스마트 코뿔소' 공장
쉰시(迅犀, 빠른 코뿔소) 공장. 지난 16일 공개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신(新) 제조 플랫폼이다. 지난 2018년 3월 설립된 쉰시 디지털 공장은 지난 3년간 베일에 쌓여있다가 16일 대외에 전격 공개됐다고 중국 21세기경제보 등 현지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신제조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016년 10월 알리윈 개발자 회의인 윈치대회(雲棲大會)에서 처음 언급했다. '기업·소비자 거래(B2C) 모델'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생산자에게 전달하는, 스마트화·개성화한 '고객과 기업(C2B) 모델'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쉰시 공장은 타오바오, 티몰 등 알리바바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 쌓인 트래픽·검색·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신 패션 트렌드를 예측해 판매를 예측하고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디지털 공장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고객 만족을 높이고, 제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핵심은 수요에 맞춘 맞춤형 제작, 최소 100벌 이상 소규모 주문 제작, 최소 7일 내 납품이라는 점이다. 제철에 맞는 신상품을 실시간으로 주문 제작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장에서 제작되는 의류의 재단·봉제·출고까지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AI)이 추적해 프로세스를 결정한다.
◆ 소비자 맞춤형 소규모 주문 제작···의류업계 재고 해소 '초점'
현재 쉰시 공장은 레얼바오베이를 비롯한 200여개 의류업계 중소기업을 위해 맞춤형 소규모 주문 제작을 진행 중이다. 평균 1000벌씩 주문받아 최소 2주 내 납품하는 의류업계 일반적인 생산 프로세스와의 최대 차이점이다. 이를 통해 의류업계 나날이 쌓여가는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높은 재고율은 의류업계 고질병이다. 일부 의류업체들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9.9위안에 500g어치 옷을 팝니다"라고 선전하며 재고를 해소할 정도다.
게다가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전 세계 패션업계는 '엄동설한'을 겪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8월 중국 전국 방직의류업체 소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한 6936억 위안이었다. 의류·패션업계 상장사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급감으로 4분의1 가까운 기업이 적자난을 겪고 있다. 전체적으로 순익은 30% 이상 하락했다.
쉰시 공장이 타깃으로 삼은 건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의류업체다. 특히 최근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를 끌면서 주문량은 적지만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왕훙(網紅, BJ)이나 독립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맞춤형 소규모 주문 생산 수요가 커졌다.
시험 제작 비용을 낮추고 재고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10만개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섭외하는 게 목표다.
우쉐강(伍學剛) 쉰시제조 최고경영자(CEO)는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번잡한 생산에서 벗어나 경쟁력과 업무혁신에 더 주력하게 함으로써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유통에 이은 신제조···또 하나의 혁신 비즈니스 모델
신제조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지난 2016년 10월 항저우에서 열린 '알리 클라우드 개발자 대회'에서 발표한 신유통, 신금융, 신에너지, 신기술, 신제조 등 5가지 미래 신(新)성장 전략 중 하나다. 이른바 오신(五新)이다. 당시 마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걸 연결하는 인터넷이 사회발전의 인프라”라며 “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사물인터넷이 스마트 세계의 도래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된 건 신유통이다. 신유통은 온·오프라인과 스마트 물류를 융합한 새로운 유통혁신을 일컫는 말이다. 무인마트, 무인배송, 무인창고 등이 대표적이다.
알리바바가 신유통의 실험실로 키운 게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체험형 신선식품 마트 허마셴성이다. 알리바바의 첨단 주문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존 전자상거래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신선식품 유통의 난제를 해결한 것.
빅데이터에 기반해 신선식품 재고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가격도 온·오프라인을 동일하게 낮추는 한편 배송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모바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3㎞ 반경 내에서 30분 안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이외에 레스토랑과 협력해 고객이 현장에서 직접 고른 해산물·육류 등 식재료를 즉석 요리해주는 외식공간도 마련했다.
허마셴성은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며 올 상반기 기준 중국 전역에 2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허마셴성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400억 위안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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