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 2주년] ②정책 일관성 고민하는 韓…대선 앞 반전 노리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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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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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영 장관, 정책고객과 면담서 대화 동력 확보

  • 17일 전직 통일부 장관 간담회서 정책 의견 청취

  • 美, 물밀접촉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대화 재개 촉구

  • 쌍씹절 앞둔 北 수해 복구 사업 성과 달성 매진 중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앞두고 한·미 외교통일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북 정책 주무부처 통일부의 수장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각 분야의 정책고객들을 만나며 남북 대화 복원 동력 확보에 나섰다.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에는 전직 통일부 장관 10명과 만찬 간담회를 하고 남북 관계 경색 타개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장관의 제의로 성사된 이번 간담회는 손재식·이세기·이홍구·강인덕·임동원·박재규·정세현·홍용표·조명균 등 전직 통일부 장관 9명이 참석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한 전직 장관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 현안과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전직 장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1989년 여야 합의로 마련된 통일방안(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권 변화에 따라 대북정책 기조도 그때마다 급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남과 북이 평화를 선점해 평화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면 동북아에서 평화 경쟁으로 확장돼 한반도 분단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도 적대적 관계에서 비적대적 관계로, 가치의 대립에서 가치의 공존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이런 발언에 전직 장관들도 동감하며 그를 향한 격려를 이어갔다.

이홍구 전 장관과 정세현 전 장관은 국내외 정세 등 국제적인 변수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변화한다면서 통일부 장관으로서 일관성 있게 대북정책을 잘 이끌어달라고 했다. 특히 정세현 전 장관은 “통일문제는 국제정세, 국내 여론, 한국 내부사정 등 3가지에 달려있다”면서 “그중에서도 국제정세는 가변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손재식 전 장관은 “탁월한 정치력과 협상력, 강한 담력, 거기다 창의력까지 갖춘 이 장관이 비록 떠안고 있는 과업이 크지만,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여야 간 초당적 협력과 국내 여론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0월 서프라이즈’ 띄우는 美···김여정 방미 가능성은?

이 장관이 전직 통일부 장관들에게 고견을 구하는 등 남북 대화 복원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사이 미국은 뉴욕채널을 통해 북측과 물밑 접촉에 나서는 모양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뤄질 깜짝 이벤트 ‘10월 서프라이즈’ 성사를 노린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화상 대담에서 “공개적으로 조용했지만, 진행 중인 큰 노력이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추가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고,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고 해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의 수해복구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간 고위급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을 향한 긍정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대화 의지를 계속해서 드러낸다는 배경에서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김 제1부부장이 지난 7월 27일 이후 50일가량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북미 고위급 회담 관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김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 등 대외 총괄인 만큼 미국과 만남을 준비하고자 외부활동을 중단했다는 주장이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7일 이날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 제1부부장의 만남 성사 여부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대외 업무를 관리하는 김여정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리선권 외무상을 데리고 회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서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협상상대)는 최선희였다. 하지만 김여정이 대외 업무 총괄을 맡았기 때문에 김여정이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 국무부 장관과 북한의 제1부부장, 차관급이 회담하게 되는 격으로 북한으로서도 이득”이라면서 “미국으로서도 김정은 친위세력 중 탑(top)이 카운터파트가 되는 셈으로 손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강북리 현장을 돌아봤다고 15일 보도했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복구된 살림집(주택)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사항을 수첩에 받아적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한·미가 각자의 방식으로 북한과의 대화 복원에 매달리고 있지만, 북한은 미동조차 없는 상태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개최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업, 홍수·태풍 피해 복구 사업성과 달성에 여념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10월 서프라이즈’ 성사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이후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도 미국 대선 전에 미국과의 연락 채널을 만들어서 일종의 ‘보험’을 들려고 할 것”이라며 “열병식에서 무언가를 보여준 뒤에 미국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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