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는 가운데, 한국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상당수를 보유한 서울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서울의 랜드마크를 대표하는 건축물 50선을 조명해본다.
세계적인 '쇼핑 거리' 명동을 상징하는 장소가 있다. 대기업 사옥부터 대형 백화점, 호텔, 브랜드 매장 같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다. 빌딩 숲 사이 세월의 흐름을 드러내는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 '명동대성당'이다.
건물은 약현성당과 용산신학교를 설계한 프랑스인 코스트 신부의 손을 거쳐 약 6년 만인 1898년에 완공됐다. 1688㎡의 부지에 총 길이 68.25m, 폭 29.02m, 건물 높이 23.43m, 십자가를 제외한 종탑 높이 46.70m의 웅장한 규모다. 공사비 6만 달러가 투입된 대공사였다.
코스트 신부는 명동대성당을 짓기에 앞서 시험작으로 약현성당을 먼저 지으며 설계안을 다듬었다. 때문에 약현성당은 명동대성당의 축소판이라는 평을 받는다.
성당은 진입로에서 약 13m 높은 곳에 있어서 가까이 다가설수록 높고 웅장하게 느껴진다. 특히 고딕식의 성당 건물은 잿빛과 붉은빛의 다양한 이형벽돌로 이루어져 있어 인근 명동 도심부의 현대 건축물과는 다른 이국적 정취를 풍긴다.
정면 중앙 제대에는 성모 마리아가 모셔져 있고, 그 좌우의 작은 제대에는 예수 성심상과 분도 성인상이 있다. 왼쪽의 예수 성심상은 천주교 전파 초기에 온갖 박해와 시련을 이겨내며 이 땅에 복음을 전했던 성직자와 순교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오른쪽의 분도 성인상은 성당 건립 때부터 성당 건축공사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모셨다고 알려졌다. 그 밖에도 다양한 모습의 사도들 초상과 79성인화가 장식돼 있으며, 지하성당과 지하묘소에는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100여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낸 명동대성당은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거쳤다. 1944년과 1983년의 보존 보수공사에 이어 2002년부터 2009년까지는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성당 외벽을 둘러싼 벽돌을 교체했다. 약 70만장의 벽돌 중 심하게 부식된 30만~40만장의 벽돌을 하나씩 교체하는 작업이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성당 인근에 붉은 벽돌과 화강석을 이용한 프랑스 고딕풍의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 여학교와 가톨릭회관(전 성모병원)·주교관·사제관·수녀원·문화관·교육관·별관 등이다. 현재는 이 건물들과 함께 명동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명동대성당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으로, 한국 천주교를 대변하는 대성당인 동시에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군사 정권 시기 명동대성당은 민주화 투쟁의 중심에 있었다. 실제로 고(故) 박종철 열사의 사건을 담은 영화 '1987'에서 영화 사상 처음으로 명동대성당의 내부가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성당은 한국 근현대사 시위 현장의 중심에 있으면서 종교 건축물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1975년 정의구현사제단의 ‘인권회복 및 국민투표 거부운동’, 1976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세웅, 김승훈 신부 등이 발표한 ‘민주구국선언문 사건’, 1978년 ‘동일방직 사건’, 1979년의 ‘오원춘 납치 사건’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집회와 성명서가 이뤄졌다.
현재는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꼽히는 한편, 결혼식장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수많은 정·재계, 연예인의 결혼식 장소로 자주 이용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특히 명동대성당은 현대가가 주로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유명하다. 지난 2016년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씨와 딸 선아영씨가 연달아 명동대성당에서 화촉을 밝혔다.
다만 지난 7월 있었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의 결혼식은 명동대성당이 아닌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소규모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종교시설 이용이 금지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차남 박재원씨는 지난 2014년에,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차녀 손원평씨는 지난 2011년에 명동대성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배우 박희본과 김강우, 아나운서 김나진, 황정민 등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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