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로선 본인이 주도하고 있는 의제인 지역화폐를 옹호함과 동시에, 국민의힘과 대립각을 세워 본인의 선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조사와 문책”을 거론한 것은 과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윤희숙 “지자체간 확산시 단점만 심화”…이재명 “규모별 재분배”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지역화폐의 실질적 효과를 둘러싼 정책적 논쟁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경제학자 눈에 이 문제는 너무나 명확하다. 경제원론은 국민을 도울 때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사용에 제약을 걸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온라인 사용도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의 사용도 안 되고, 많은 업종에선 아예 사용불가이고, 포함업종이라도 가게 앞에 가기까지는 사용해도 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지역화폐는 그런 면에서 단점이 크다”고 했다.
이에 이 지사는 “지역화폐는 소비의 지역간 이전 차단보다 업종내 규모별 재분배에 더 중점이 있다”면서 “양극화 완화와 경제회생을 위해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으로 피해 입는 영세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지역화폐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 중 하나”라고 했다.
이 지사는 “비중이 적은 소비의 지역이전 부분만 강조하고, 핵심요소인 규모별 이전 효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조세연은 지자체 전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일종의 ‘무역장벽’이 생겨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역내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역외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중앙정부로선 국가보조금 지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데, 조세연은 올해 이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이 226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치개입 가능성”…주진형 “입 막고 살겠단 것”
두 번째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조사와 문책’을 거론한 것이 적절한지 여부다. 지역화폐 정책은 부작용을 면밀히 검증해야 하지만, 이 지사의 ‘강공’으로 정파적 정책이 돼버렸다는 것.
이 지사는 앞서 조세연의 연구 결과가 나온 배경으로 “지역화폐 확대로 매출타격을 입는 유통대기업과 카드사 보호목적일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정치개입 가능성이다”고 단정했다.
윤 의원은 “전문가의 분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자체장이 보고서를 쓴 전문가를 비난하고 위협하면서 지역화폐 효고 여부보다 훨씬 더 심각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전문가집단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키워져 한 사회의 핵심 정신과 지식을 이어가야 할 소중한 존재”라며 “권력을 가진 이들이 이들을 힘으로 찍어누르려 하는 것은 한 나라의 지적 인프라를 위협하는 일인 동시에 전문성의 소중함에 대한 본인들 식견의 얕음을 내보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조세연이) 누가 읽어봐도 대단하게 억지스러운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며 “그것을 갖고 이렇게까지 발끈하는 것을 보면 ‘그릇이 작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주 최고위원은 “국책연구기관이라고 해서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얘길 할 수 없다는 것이냐”며 “그만한 얘기도 못하면 이거 완전히 사람들의 입을 막고 살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