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거부 9년만 종교활동 재개...대법 "양심적 신념존재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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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9-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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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을 미룬 지 9년 만에 갑자기 종교활동을 재개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했다면 "양심이 진실한 것인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과거 공갈 등 혐의로 7차례나 처벌 전력이 있고 평소 전쟁·총기게임을 양심의 가책 없이 즐긴 점도 유죄 판결 근거가 됐다.

A씨는 2006년 8월 침례(세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 그는 2009년 6월까지만 종교 활동을 했다. 2012년 10월 A씨는 현역병 입영 통보를 받았다. 이후 여러 차례 입영 통보를 받았지만 복학·자격시험 응시·자기계발 등을 이유로 입영을 미뤘다.

2017년 12월까지 입영을 연기하는 동안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적은 없었다. 더구나 입영을 미루던 시기 A씨는 공갈·절도·자동차 허위 판매·음주운전 등 범행도 저질러 처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8월 다시 입영 통보를 받자 이번에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 이어 성서연구를 시작하며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재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고 두 달 뒤였다.

이에 현역병 입영 대상이던 A씨는 2018년 입영통지서를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여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입영 전날만 해도 정상적으로 입대할 생각이었으나 군대에 다녀오면 종교에 복귀하기 힘들 것 같다는 진술을 했다"며 "해당 진술만으로도 병역거부 선택이 내면의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여러 전과가 있다"며 "여호와의 증인 교리인 '하나님의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한 그 나라의 법을 따릅니다'에 반하는 범행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폭력적인 게임을 수차례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A씨는 병역법 위반 수사를 받으면서도 배틀그라운드(전쟁게임)·오버워치(총기게임) 같은 폭력적인 내용의 게임을 계속했다고 진술했다"면서 "게임을 할 당시에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총기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캐릭터 등을 살상하는 것으로 현실과 다르지만 "총기를 들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데, 내면의 양심이 과연 깊고 진실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A씨가 항소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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