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컨설팅사 로디엄그룹과 비정부 기구인 미중관계전국위원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미·중 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양국이 상대 국가에 투자한 자금 총액은 109 달러(약 12조 8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가 자본 투자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외국의 기업 직접투자(FDI)와 벤처캐피털 투자를 합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6.2%나 줄었다. 이는 2011년 하반기이후 최저다.
양국의 투자는 최근 3년간 내릭막을 걸었다. 2020년 들어서면서 코로나19에 미·중 갈등이 겹치면서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됐다고 CNBC는 지적했다. 방송은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기업의 경우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악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기간 미국 기업의 중국 직접투자는 투자는 41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31% 줄어든 것이다.
반면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47억 달러로 38% 증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는 지난 3월 중국 텐센트가 미국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지분 10%를 34억 달러에 매입한 것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투자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의 벤처캐피털 투자도 위축됐다. 상반기 중국이 미국에서 진행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8억 달러에 그치면서 지난 2014년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중국 벤처캐피털 투자는 13억 달러로 중국보다는 다소 많았지만, 이 역시 지난 2016년이후 최저치다.
미·중 정부의 방어적 태도는 투자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산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기 어플리케이션이었던 틱톡의 사례로 양국 투자는 더 얼어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트댄스는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앱인 뮤지컬.리(Musical.ly)를 2017년 인수해 틱톡과 합병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틱톡 매각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뮤지컬.리를 비롯해 틱톡의 미국 내 영업에 필요한 자산을 모두 팔아야 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물론 틱톡은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대신 오라클 및 월마트와 손을 맞잡고 틱톡 글로벌을 출범시키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틱톡의 위기'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투자를 막는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로디엄그룹 보고서는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이전에 이뤄진 거래에 대한 검토 등을 포함해 중국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조사를 더욱 면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흐름은 전반적인 우려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대선 이후 양국 간 투자자금 제한은 다소 완화할 수 있지만, 미국이 첨단기술, 중요인프라, 개인정보 데이터 자산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여전히 경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국외 투자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경제의 외국 투자와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의 비중을 높이는 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취하고 나섰다. 대외적으로 중국은 외국의 직접 투자자에 대해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 자본의 실질적 사용은 올해 들어 8월까지 별다른 변동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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