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여행사 '토마스 쿡',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영국 기반의 토마스 쿡은 세계 최초의 패키지 전문 여행사다. 여행업뿐만 아니라 항공과 호텔, 보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던 이 여행사는 지난해 9월 돌연 파산해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1841년 영국 철도 여행회사로 출범한 토마스 쿡. 창업자인 토마스 쿡은 오늘날 패키지 투어의 기틀을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여행이 보편화하기 전인 1855년 세계 최초로 유럽 대륙여행 패키지를 선보인 데 이어 1872년에는 기선(汽船)을 이용한 세계 일주 여행상품을 내놨다. 외화 환전 서비스와 여행자 수표 발행 등도 '최초'로 서비스했다. 이처럼 탄탄한 기반을 갖춰 성장해온 토마스 쿡은 16개국에 계열 호텔·리조트 200여곳을 비롯해 5개 항공사, 유람선 등까지 운영하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업계는 토마스 쿡의 몰락 이유를 "막대한 자금난을 겪다 파산한 이유는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적 운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대형 온라인 여행사가 주목받고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토마스 쿡은 여전히 오프라인 대리점이 주를 이뤘고, 예약도 유선으로만 가능했다.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짜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선호도와도 거리가 멀었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초반 시작한 항공사업은 재정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항공사업은 고용비를 비롯해 유지 보수비 등 고정비 지출이 막대하다.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사를 운영한 것은 몰락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막대한 부채도 떠안은 푸싱그룹, "토마스 쿡, OTA로 키울 것"
178년 운영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토마스 쿡을 살린 것은 클럽메드 등을 운영하는 중국 유명 관광기업 '푸싱(Fosun)'이었다. 푸싱은 지난해 11월 당시 1100만 파운드(한화 약 169억2100만원)를 투입해 토마스 쿡의 상표와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계정을 사들였다.
토마스 쿡 온라인 브랜드의 출범은 내년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준비 중이지만 정확한 론칭 시기는 규제 승인 절차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에 대한 추가 제재 및 격리 방침도 출범 시점에 영향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토마스 쿡의 홈페이지는 정상 운영 중이다.
푸싱그룹이 결단을 내린 데이는 중국 내 여행 수요가 반등하면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토마스 쿡의 세계적인 인지도를 등에 업고 푸싱그룹이 해외 관광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라고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미 지난 2015년 중국 내 영국 여행 수요가 급증하자 토마스 쿡 전체 지분의 18%를 사들였던 푸싱 관광 그룹의 궈광창 회장은 토마스 쿡 파산 직후인 지난해 11월 2조원이 넘는 부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쿡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높이 사며 해당 브랜드를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토마스 쿡의 호텔 브랜드인 카사 쿡(Casa Cook) 및 쿡스 클럽(Cook’s Club)도 브랜드 명칭과 웹사이트를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1100만 파운드의 대가를 지불하기도 했다.
기사회생한 토마스 쿡은 최근 온라인 여행사로 영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당시 푸싱 측은 "토마스 쿡의 인지도와 중국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의 건실한 성장력을 바탕으로 관광사업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새롭게 돌아오는 토마스 쿡은 항공, 호텔, 대리점 없이 온전히 여행에 집중하고, 영업활동도 온라인에서만 펼친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확한 오픈 시기는 영국민간항공국(CAA)의 ATOL(Air Travel Organisers’ Licensing) 면허 발급에 달려 있다. 조만간 해당 면허를 발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푸싱 측은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토마스 쿡은 여행 예약 등 영업 활동은 못 하지만 웹사이트는 이미 제한된 형태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지 정보 제공, 뉴스레터 발송 등을 통해 고객과도 소통 중이다. 토마스 쿡의 호텔 브랜드도 지난 6월 말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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