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등교 수업이 시작됐지만 정작 학교 방역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의 학교 방역 지원은 되레 줄었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체계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학생들 일시 등교했지만 방역 지원금은 줄어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등교수업을 재개하는 수도권 학교는 서울 2000여개, 인천 800여개, 경기 4200여개 등 7000여 개교다. 전국 2만740개 학교의 약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하반기 ‘학교방역 및 교육활동 인력’에 대한 지원금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학교방역 및 교육활동 인력 지원’은 학생의 안전한 교육활동을 보장하며, 교원의 업무를 경감하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사업이다. 방과후학교 강사, 퇴직교원, 시간강사 등을 학교에 배치해 △발열체크나 보건교실 지원 △학생간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지도 △밀집도 완화 위한 분반 지도 등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상반기엔 교육부가 30%(약 211억원)를 보조하고 지역교육청이 70%(약 494억원)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 전체 3만9182명이 투입됐다. 비록 서울(학생 100명당 0.94명)과 인천(0.97명), 경기도(0.22명) 등으로 지역별 지원인력 편차가 컸지만 하반기에는 이마저도 삭제됐다. 일선 학교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희망일자리 사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교육청과 지자체에서 3만명 정도 지원할 수 있다. 상반기와 비교해 1만명이 부족한 셈인데, 이를 위해선 2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현재 국회를 통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방역공백은 결국 교사들이 맡아야하고 이는 수업 지도와 겹치면서 업무 과중이 발생한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32)는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방역에 힘쓰는 편인데 아이들 간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교사들이 곳곳에 서서 관리한다. 등하교 때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는 계단 층마다 그리고 복도마다 지키고 있고, 수업시간엔 화장실 앞에 서서 감시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5·6월엔 일시적으로 지원인력이 왔는데 등교시 열체크, 돌봄 애들 원격수업 관리 등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 지원도 줄었다. 상반기엔 대부분 특별교부금 형태로 898억원이 지원됐지만, 하반기엔 지방비 30%, 국고 70% 형태로 283억이 투입된다. 인천시의 경우 상반기엔 지원금과 물품을 지급했다면 하반기엔 현물만 지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마다 다르지만 상반기 때 물품을 구입하고 전부 소모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소모하고 남은 양을 비축량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고려해 상반기 대비 3분의 1 규모를 추가지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학교 방역망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감염경로가 불문명한 확진자 비율은 26%를 넘었다. 특히 서울시는 29%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학생·교직원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지난 5월 20일 고3부터 순차적인 등교수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17일까지 전국에서 학생 536명, 교직원 1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지난 14일 학생 8명, 지난 15일 학생 2명, 지난 16일 학생 8명·교직원 2명, 지난 17일 학생 3명·교직원 2명 등이 추가로 확진되는 등 소규모 감염사례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반가움 반 걱정 반”
학부모들의 반응은 학년별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기초학력 저하, 돌봄 부담 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등교수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저학년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실하게 안정될 때까지는 등교수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1학년, 3학년 자녀를 둔 윤모(45)씨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가 딴짓만 한다. 애들도 답답해한다.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도 학교를 못 가 얼굴도 모른 채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등교수업을 시작해서 다행이다”고 했다.
반면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교문 앞까지 태워준 최모(40)씨는 “큰 아이는 오늘 학교에 안 가고 작은 아이만 갔다. 8시 50분까지 갔다가 12시 30분에 온다. 학교 정문에서부터 체온도 재고 손소독도하지만 아이가 어려서 안심이 안 된다. 학교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땜질식 지원은 그만…체계적 대책 절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역 전문가들은 장기적 대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오고 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시작되면 원격수업을 진행할 건지,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초등학생 등 저학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학교 방역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교육 전문가와 감염 전문가들이 전체적 큰 틀에서 논의하는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일부는 등교하고 일부는 온라인 수업을 유지하고 현 대책이 얼마나 효과적인가에 대해선 근거를 갖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좀 더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선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활동 통제가 쉽지 않아 선생님만으로는 관리가 안 된다. 또 보건교사를 어느 날 갑자기 늘릴 수 없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태림·전환욱 기자 kt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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