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유사 중간광고가 또다시 공익성 논란에 휩싸였다. 경영 악화 타개를 위해 중간광고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지상파의 경영 전략에 정부와 여당은 이해를 나타낸 반면, 야당과 언론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방송·미디어업계에 따르면, SBS는 이날부터 'SBS 8시 뉴스'에 사실상의 중간광고를 삽입하기로 했다. 뉴스를 기존 55분에서 70분으로 확대 편성하고, 일반 뉴스를 다루는 1부와 탐사 보도 중심의 2부로 개편했다. 1·2부 사이에 프리미엄광고(PCM)가 삽입된다.
공익성을 상징하는 지상파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유사 중간광고를 넣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업계가 소란스럽다. 한국신문협회는 성명을 통해 "보도 프로그램에 PCM을 확대한 지상파의 결정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지상파방송의 편법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고 제도를 보완해줄 것을 방통위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의 PCM 프로그램 수는 2016년 2개에서 올해 상반기 86개로 4년 새 43배 증가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2919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만 놓고 보면, SBS가 2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MBC 210억원, KBS 207억원, EBS 3억원 순이었다.
지상파는 현행 방송법상 중간광고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종편 시청률이 증가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대되는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시청률이 하락해 수익성이 나빠지자 드라마·예능에 PCM을 속속 적용해왔다. 편법 논란에도 어쩔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PCM 단가는 일반 광고보다 1.5~2배 비싸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법적으로 PCM이 정식 방송 프로그램 광고여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히려 방통위는 올해 1월 '주요업무 추진계획' 발표에서 "중간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차별적 광고규제를 해소하겠다"며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암시했다. 이 내용은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도 담겼다. 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7월 연임 인사청문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과 함께 지상파 중간광고 신설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쪼개는 것은 방송사업자에 보장된 편성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시청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방송광고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내 규제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방통위는 앞서 2018년 12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한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의견수렴 중이다. 특히 야당의 반발이 거세 방송법 취지 훼손과 시청권 침해를 이유로 다음 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조명희 의원은 "KBS, EBS까지 PCM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은 이중으로 수익을 챙겨 공영방송의 공익성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지상파는 손쉬운 방법으로 적자를 메우려 하지 말고, 방만경영 쇄신과 콘텐츠 재건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통위는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편법을 조장하는 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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