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파업 변해야 산다-중] 현대차 올해도 무분규 합의로 근로손실 막아... '수천억원 영업익 상승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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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9-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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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2020년 임금교섭을 역대 세 번째 임금동결·두 번째 무분규로 잠정합의

  • 노조 변화 움직임 방증... 한국지엠 ‘임금 교섭주기 2년' 성사 여부도 화두

30년이 넘는 우리나라 완성차 노조의 역사는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파업으로 점철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 중단 등 경제적 손실은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코로나19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00만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마찬가지 상황이다.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의 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와중에 한국지엠(GM)이 '임금 교섭주기 2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성사될 경우 완성차 노조의 역사가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분규 덕분에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 상승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노조의 고질적 파업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 맏형 현대차 노조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더불어 코로나19를 맞아 자동차업계 근로자들도 임금교섭 주기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등의 변화 목소리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현대차 지난해 영업이익 전년 대비 50% 넘는 상승··· 무분규 ‘한몫’
현대차 노사는 21일 2020년 임금교섭을 역대 세 번째 임금동결·두 번째 무분규로 잠정합의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사회·경제적 상황을 충분히 공감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침체로 당면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결과다. 

코로나 상황 극복을 위해 노사가 집중교섭을 벌인 결과, 교섭기간은 최소화하면서도 2년 연속 무분규로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는 2009~2011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임금동결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다.

특히 증권가 등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현대차가 지난해에 이어 무분규 잠정 합의로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대규모 일회성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3조68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52.1%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실적 발표 당시 근본적인 체질 개선 등을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201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합의안을 도출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황 악화와 보호무역주의 확대, 일본의 경제보복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노사가 대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이는 드라마틱한 근로손실일수 감소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의 ‘2019년 노사관계 통계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노사분규가 발생한 1000인 이상 사업장 46개소의 평균 분규일수는 9.9일로 전년(16.8일)보다 41.4% 줄었다. 5만명이 넘는 현대차 노조의 무분규 덕분으로 풀이된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분을 측정하는 지표다. 하루 8시간 이상 조업을 중단한 노사분규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파업기간 중 파업참가자 수에 파업시간을 곱한 뒤 이를 일 단위로 환산해 산정한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에 파업은 ‘고질병’과 같았다. 1987년 출범한 현대차 노조의 경우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파업에 나섰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어마어마하다. 최근 10년간 근로손실일수가 정점이었던 2016년 현대차 노조는 24일 동안 파업을 했다. 당시 생산차질 손실만 3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 5년(2012~2017년) 사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연평균 8만3256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 손실도 매년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규모에 따라 금액의 차이가 있을 뿐 한국지엠(GM), 르노삼성차도 마찬가지다.

다만 쌍용차는 예외적으로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올해까지 11년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매년 파업에 시달리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지난달 13일 현대차 노사 교섭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한국지엠에 쏠린 눈··· ‘임금 교섭주기 2년’ 업계 화두로
한국지엠이 올해 노조에 제시한 ‘임금 교섭주기 2년’의 성사 여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린 이유다. 그 결과에 따라 국내 완성차 노조의 파업 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론은 나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생산기술직 사이에서 노사 교섭을 1년마다 해야 한다는 의견은 22.2%에 불과했다. 나머지 77.8%는 교섭 주기를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완성차·부품업체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개정 등 적절한 노사교섭 주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2년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 완성차·부품업체 노사는 매년 임금협상 교섭을 실시하고, 격년마다 단체협약 개정을 논의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도 엄격한 수준이다. 파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2~4년을 기준으로 하는 게 보통이다. 일례로 미국 GM과 르노 스페인은 각각 4년과 3년 주기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완성차는 매년 노조와 협의 때문에 시장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 물량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며 “향후 노조 집행부나 정부가 정책 수립, 의사결정 시에 일반 근로자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도 현대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3개 업체는 임금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각사 노조들은 코로나19에도 파업을 하나의 협상카드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0일 창원 사업장을 방문해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을 위한 투자 상황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했다. 사진은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오른쪽부터), 김선홍 창원사업본부장,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창원 사업장 내 신축 중인 도장공장의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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