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누르자 부푸는 2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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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백준무 기자
입력 2020-09-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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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가계대출 전월대비 2.2조 증가

  • 저신용·저소득자 가계 빚 뇌관 우려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현실이 되고 있다. 가계대출의 폭증에 따라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섰지만, 대출 수요는 저축은행·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고스란히 옮겨가는 모양새다. 2금융권은 은행권에 비해 이자율이 높고 저신용 차주가 많기 때문에 부실 대출 가능성이 높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현황 점검에 나섰지만, 당국의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로 대출을 조일 경우 또 다른 풍선효과로 가계부채의 질만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금융권 쏠림 현실화되나
2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조2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6월 이후 가파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6월 5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7월에는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6월 3000억원, 7월 1000억원, 8월 9000억원이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특히 신용대출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6~8월 사이 신용대출은 매달 각각 4000억원, 8000억원, 9000억원이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분(6월 1000억원 미만, 7월 3000억원, 8월 2000억원)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금융당국 측은 이 같은 증가세는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사업자금 수요에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당국의 경고에 따라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출 수요 일부가 2금융권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고금리에 서민들 허리 '휘청'
문제는 2금융권 가계대출이 저신용·저소득자를 중심으로 가계 부실의 도화선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2금융권의 경우 평균 이자율이 10%대 중후반에 달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월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용평가 1~3등급 기준 연 6.90~18.50%다. 중금리 신용대출을 많이 이용하는 4~6등급 중신용자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18.81%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2% 초중반대인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이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은 서둘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에 저축은행업계 가계대출 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캐피털·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로부터도 기초자료를 제출받아 대출 증가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금융당국 부랴부랴··· 효과는 미지수
이에 금융당국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SR은 한 사람이 전 금융권에서 빌린 모든 돈을 그의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게 차주별로 DSR 40%(비은행권 60%)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이 DSR 한도를 낮추거나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2금융권의 DSR을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발'이 먹힐지에 대해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대출 수요는 그대로인데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에서도 '대출길'이 막히면, 오히려 서민들이 조건이 좋지 못한 대출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당국이 2금융권의 주담대를 관리하기 위해 DSR 규제를 도입하자,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대부업과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신용대출이 급격한 속도로 늘어난 원인은 주담대 규제에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금융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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