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쇼크 재연… 해외자본 먹잇감 전락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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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0-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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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이 국회 통과만을 남겨두면서 재계 및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제2의 엘리엇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최근 공매도를 금지하자 증시가 상승한 데서 알 수 있듯 외국계 투기자본에 취약한 국내 상황에서 외부 세력의 경영권 위협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2일 정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경제3법’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상법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이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가 자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의 이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식 0.1% 이상(비상장사인 경우 1%)을 확보하면 누구나 손해를 입힌 자회사 이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별개 회사가 아닌 한 회사로 묶는 만큼 소송이 남발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피소된 자회사 이사의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외부 세력이 자회사는 물론 모회사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또 모회사 주주들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인한 자회사의 경영활동 위축도 우려된다.

소송을 할 수 있는 빗장을 열어두다 보니 제2의 엘리엇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2월 미국의 행동주의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년 4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 달러어치(당시 1조500억원 상당)를 보유중임을 알리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엘리엇이 제안한 8조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 초 엘리엇이 지분을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권 분쟁은 끝이 났지만 경영권 분쟁에 따른 손해는 오롯이 현대차그룹과 주주들이 지게 됐다. 앞서 2015년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인 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한 바 있다.

또 KT&G는 2006년 2대주주에 오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으로부터 배당확대, 부동산 매각 등을 요구받은 바 있으며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주식을 매입한 뒤 이사진의 총사퇴, SK텔레콤 매각을 통한 재벌 구조 해체, 최태원 일가의 퇴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도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 상법 개정안에는 일반이사와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를 처음부터 분리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위원의 선임부터 3% 의결권 제한 룰이 적용돼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3% 이내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는 최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각자의 의결권이 3%까지로 제한된다.

이는 곧 대주주가 직접 경영진을 선출하는 것에 제약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외부 세력이 지분을 규합해 원하는 인사를 감사위원에 임명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만일 외국계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 측 인물이 감사위원으로 임명되는 경우, 국내 기업은 투기자본의 입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한 회사의 내부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감사위원이 적대적 투기세력인물로 세워질 경우 회사의 회계 정보 등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은 지난 7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행 대표소송제가 모자회사 관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신규로 도입할 필요는 있다”며 “소송 남발에 따른 리스크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위원회의 실효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감사를 둬야 한다”며 “1인 감사의 독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는 3인 이상의 감사로 구성된 감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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