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날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2020년 제2차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에서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사업장(영풍석포제련소) 행정처분을 둘러싼 경북도와 환경부의 이견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행정협의조정위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이 다른 경우, 이를 협의·조정하기 위한 국무총리실 소속 정부위원회다.
환경부 “2018년 이어 가중 처분 필요” VS 경북도 “가혹하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8년 폐수를 방출했다는 이유로 환경부로부터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았다.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에 나섰고 현재까지 항소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2019년 환경부 기동단속반이 특별점검을 실시, 6가지 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해 석포제련소에 또 한번 조업정지 120일 처분을 내렸고 경북도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에 경북도는 한 달 뒤 석포제련소에 이런 내용을 사전 통지했으나, 폐수가 공공수역으로 배출되지 않고 생산 공정에 전량 재이용된 만큼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해 본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환경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작년 4월 석포제련소 특별점검에서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를 최종 방류구 통과 전에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3개월(90일), 30일을 더해 총 1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환경부는 두 가지 위반사항이 모두 조업정지 10일에 해당하나 2018년 1차 조업정지(20일) 처분을 고려해 가중 처분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경북도는 2018년 1차 처분에 이어 지난해 2차 처분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지적한 석포제련소의 빗물용 이중옹벽조에서 하천으로 폐수가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경북도는 환경부에 행정처분 재질의,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적정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며 행정처분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환경부의 가중처분은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석포제련소의 120일 조업정지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한 점도 크다.
결국 환경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경북도는 지난 6월 행정협의조정위에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행정협의조정위도 경북도의 신청을 안건으로 받아들여 조정 절차를 거치기로 하면서 이날 본회의까지 열린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그동안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에 앞서 몇차례 실무회의를 했다”면서 “당장 이날 위원회에서 결론이 나기는 힘들다. 환경부와 이견이 첨예해 몇개월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 환경부 VS 경북도 ‘영풍 석포제련소’ 행정처분 공방 일지 ⊙
2018년 2월 환경부, 석포제련소 폐수 방출 이유로 20일 조업정지 처분
2019년 4월 환경부, 석포제련소에 120일 조업정지 처분, 경북도에 행정처분 요청
2019년 10월 경북도, 환경부에 행정처분 재질의
2019년 11월 경북도, 법제처에 법령해석
2020년 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 인터뷰서 “120일 행정처분 너무 가혹하다”
2020년 2월 환경오염·주민건강피해 공대위, 이철우 지사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고발
2020년 4월 환경부, 경북도에 행정처분 직무이행명령
2020년 4월 경북도,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2020년 5월 경북도, 환경부 상대로 대법원에 직무이행명령 취소 소송 제기
2020년 6월 행정협의조정위원회, 경북도의 조정 신청 수용
2020년 9월 23일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
2020년 12월부터 영풍그룹 석포제련소 ‘무방류 시스템’ 운영
영풍, 친환경 공장 변신 박차...12월부터 무방류 시스템 가동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영풍그룹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석포제련소를 친환경 공장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부터는 ‘무방류 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 System)’ 운영에 들어간다. 환경 보전을 위해 아연 제련에 사용한 물을 한 방울도 방류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국내 제조업계에서 이를 채택한 공장은 석포제련소가 최초다. 이는 환경부가 최근 낙동강 물 통합관리 정책을 통해 구미·성서 산업단지에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영풍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약 2000억원을 들여 환경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말쯤 가시적인 환경 개선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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