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워너브라더스는 한국영화 사업을 접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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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9-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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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제작한 한국영화2 [사진=영화 '밀정' '마녀' 포스터]
 

할리우드 제작사 워너브라더스가 한국 영화 사업을 접는다. 신규 투자는 이미 중단된 상태며 촬영 중인 영화들은 올해나 내년 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워너브라더스는 DC 코믹스 원작 영화들은 물론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등을 제작해 할리우드 내 단단한 입지를 자랑하는 메이저 제작사다.

1989년 한국의 3번째 직배 회사로 본격적인 직배 사업에 뛰어들었던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한국영화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자 2016년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을 시작으로 '인랑'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등을 내놓았다. 그간 "신인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에 대한 리스펙트"를 강조했던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인 만큼 다양한 장르와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첫 작품 '밀정'은 배우 송강호, 공유가 주연을 맡아 7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발표한 영화 '브이아이피'(누적관객수 137만명), '인랑'(누적관객수 89만명) '싱글라이더'(누적관객수 8만명) 등이 연이어 흥행 실패했다.

앞서 워너브라더스 작품들은 스타 감독과 초호화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투자·제작에 아낌없었고 창작자들의 의견도 많은 부분 반영해왔다.

영화 '브이아이피'는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 등 충무로 스타들이 총 출연했었고, '인랑'은 김지운 감독과 배우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가 출연해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싱글라이더'는 업계에서 주목을 받던 신예 이주영 감독과 배우 이병헌, 공효진이 출연했다. 감독부터 스태프, 배우들까지 내로라하는 캐스팅 라인업과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지만 그만큼의 성과는 거두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워너브라더스의 한국영화 사업 철수에 관해 연이은 흥행 실패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게 원인이라고 봤다. 코로나19로 워너브라더스 CEO가 교체됐고 모회사인 워너미디어가 출범시킨 OTT서비스 HBO맥스 등으로 변화를 맞게 됐고 흥행 성적도 좋지 않은 한국영화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제작과 투자를 마친 작품은 총 네 작품. 김혜수 주연의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한지민·남주혁 주연 '조제'(감독 김종관)가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고, '미투 논란'으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던 오달수 주연 '이웃사촌'(감독 이환경)도 올 하반기 공개된다. 이하늬·공명 주연의 '죽여주는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현재 막바지 촬영 중으로 내년 개봉한다.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김다미, 조민수, 최우식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마녀'는 318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반등에 성공했던 바. 기세를 몰아 시리즈 제작을 준비했지만 워너브러더스가 더 이상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2편 제작이 불투명해졌다. 할리우드 영화 '인턴'의 리메이크작도 마찬가지.

박훈정 감독과 워너브라더스는 '마녀'의 EIP(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양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마녀2' 제작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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