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하이증권의 '실수'로 빚어진 이번 지방채 디폴트가 업계에 충격을 가져오고 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는 부채난에 빠진 톈진시 재정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 "디폴트가 직원 실수 탓?" 석연치 않은 해명
1998년 톈진시에 설립된 보하이증권은 톈진시 정부가 사실상 지분 약 25%를 보유한 대형 국유 증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530억 위안으로, 업계 순위 33위다. 앞서 6월 중국 신용평가사 중청신국제는 보하이증권의 신용등급 평가를 'AAA'로 부여하며 향후 12~18개월 전망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하이증권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직원의 실수 탓으로 돌렸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보하이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의 채권인수 담당직원이 채권 낙찰 소식을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마감일이 지난 11일에야 비로소 알아차려 대금 납입일을 놓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보하이증권의 디폴트가 사실상 톈진시 정부의 재정난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톈진시 정부는 사실상 보하이증권의 지분 약 25%를 가지고 있다. 보하이증권의 최대주주인 톈진타이다(天津泰達)투자의 실제 지배주주가 톈진시 정부기 때문.
그런데 톈진타이다투자도 최근 자금난에 허덕이긴 마찬가지다. 톈진시 정부는 최근 각 금융기관을 불러놓고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톈진타이다투자의 100억 위안어치 채권 상환을 위해 각 금융기관의 지원을 호소했다고 중국증권보는 보도했다. 톈진타이다투자의 지난해 9월 기준 총자산이 2716억 위안, 부채가 2030억 위안으로, 자산부채율이 74.77%에 달한다.
◆ 中 4대 직할시 톈진···오늘날 '빚더미' 도시로 전락
톈진은 베이징, 상하이, 충칭과 함께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인구 수만 1560만명에 달하는 중국 대형 항구도시다. 한때 고속 발전을 구가하며 지난 2013년 중국의 전체 31개 성·시 중에서 성장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 투자에 기반한 것으로, 막대한 부채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세로 투자 주도의 톈진시 경제 성장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톈진시의 경제구조 재편 노력도 쉽지 않았다.
2016년부터 톈진시 경제성장률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한때 상하이 푸둥신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톈진시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톈진시 빈하이신구 통계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빈하이신구는 지난 2016년 GDP를 실제 액수보다 약 3배로 부풀렸다고 토로했다.
2019년 톈진시 경제 성장률은 4.8%로, 전국 평균치(6.1%)에도 못미쳤다. 올 상반기도 코로나19타격으로 -3.9%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치(-1.6%)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중국 31개 성·시 중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19.3%), 헤이룽장(-4.9%) 다음으로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게다가 최근 경기 방어를 위해 중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조치를 시행하면서 재정수입도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톈진시 재정지출이 전년 동비 15% 줄었는데, 재정수입은 이보다 더 많은 17%가 줄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속 부동산 업계가 움츠러들며 재정수입의 다수를 차지하는 토지 양도 수입이 반토막 났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2015~2019년 톈진시 평균 재정적자는 전체 재정수입의 약 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지방정부 재정적자 평균치 비율(약 3%)을 훨씬 웃돈다.
수년째 이어진 투자 주도 성장 모델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광파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톈진시 정부 산하 자금조달 플랫폼(LGFV)을 포함한 전체 부채액은 전체 재정수입의 2.4배 많았다.
LGFV는 지방정부를 대신해 지방정부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이다. 중국내 베일에 가려진 지방정부의 막대한 음성 부채는 보통 LGFV에서 비롯된다.
미국 컨설팅사 로디엄그룹은 올 상반기 기준 톈진시 산하 LGFV 부채액이 연간 재정수입의 약 9.5배에 달한다며 부채 이자액수만 톈진시 전체 은행권 대출의 37%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 정부가 구제 불능···톈진시 국유기업 '디폴트 도미노'
재정수입 감소와 부채 압박에 시달리는 톈진시 정부로선 산하 국유기업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톈진시 지방 국유기업에서 잇달아 디폴트가 발생한 이유다.
지난 8월 말엔 톈진부동산신탁그룹이 2억1580만 위안 규모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했다. 최근 부동산 규제책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상환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 회사는 내년에도 36억 위안어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어, 추가 디폴트 리스크도 크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톈진물산(天津物産·Tewoo) 역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결국 12억5000만 달러채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됐던 톈진물산은 현재 파산으로 법정 관리 중에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