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제는 애완보다는 반려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미술관이 그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5일 오후 4시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를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성용희 학예연구사의 전시설명, 참여 작가 인터뷰를 비롯해 작가들의 개가 직접 전시장을 방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연장에 따라 미술관 휴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전시를 우선 선보인다.
반려 동물은 삶의 일부분이 됐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이 함께 조사한 ‘반려 동물에 대한 인식과 양육 현황’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2000명 중 56.5%가 반려 동물을 양육한 경험이 있고, 27.9%가 현재 반려 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려 동물을 공적인 공간에 데리고 갈 때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과감하게 먼저 문을 열었다.
성 학예연구사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 광장인 미술관에 인간 외 다른 존재인 개를 초청하는 다소 황당한 기획을 통해 또 다른 실천을 제안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참여 작가 13명(팀)의 신작 7점을 포함해 설치·조각·애니메이션 등 작품 20점을 볼 수 있다.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한 썰매견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제안하는 정연두 작가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적록색맹인 개의 시각을 고려하여 도구를 제작한 김용관 작가의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 등이 전시됐다.
개는 빨간색과 녹색을 보지 못하고, 파란색과 노란색만 본다. 김 작가는 작품 ‘푸르고 노란’에 색이 있는 자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파란색 바탕 위에 핀 아름다운 노란색 장미는 개들에게 힐링을 선물했다.
말 그대로 ‘개를 위한 미술관’이다. 반려 동물들이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가 많이 마련된 점이 눈에 띈다.
도그 어질리티(dog agility·장애물 경주)에 사용되는 기구와 비슷한 조각들을 미술관 마당에 설치한 조각스카웃의 ‘개의 꿈’, 건축가 김경재가 개를 위해 제작한 공간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 등을 만날 수 있다.
구 소련이 발사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진 모스크바의 이름 없는 빈민가의 떠돌이 개 ‘쿠드랴프카’를 3차원(3D) 모션 그래픽으로 만든 김세진 작가의 ‘전령(들)’은 ‘함께 살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제껏 미술관에 온 적 없는 ‘반려동물 개’를 새로운 관람객으로 맞이함으로써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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