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네 번째 맞는 추석 연휴를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관저에 머물렀다. 유일한 공식 외부 일정은 지난 2일 경찰·소방관을 격려하기 위해 청운파출소와 신교119안전센터를 찾은 게 전부였다.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고향 방문 자제 권고를 솔선수범 차원에서 따르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 작고 후 지내는 첫 추석이라는 점에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심경이 남달랐다는 전언이다.
추석 당일인 지난 1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를 하고 코로나19 공동 대응 및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또한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자신의 SNS에 한국 추석과 한류를 소개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국민들에게 평범하고 소중한 날들을 반드시 되찾아 드리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SNS에 “한국의 명절, 추석과 한류에 대해 소개해주신 리센룽 총리에게 감사하다. 코로나 시대에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깝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면서 리 총리의 SNS글과 한지공예 작품 사진을 공유했다.
2일에는 청와대 인근 청운파출소와 신교119안전센터를 방문해 연휴에도 근무 중인 경찰관과 소방관을 만나 격려했다.
이런 가운데 돌발 일정도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발빠르게 위로의 뜻과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는 전문을 보냈다.
3일에는 우려했던 개천절 대규모 불법집회는 일어나지 않았다. 보수단체들의 일부 시내 집회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이 가장 걱정했던 날이 무사히 넘어간 셈이다.
대신 김 여사가 ‘외조’에 나섰다. 김 여사는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을 맞아 영상 축하를 보냈다.
김 여사는 ‘영국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상징되는 인도의 토착 직물 ‘카디(khadi)’로 만든 의상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나마스떼(안녕하세요)”로 인사말을 건넨 김 여사는 먼저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 “인류의 상생을 위한 연대가 절실한 시기다. 그러기에 간디의 위대한 정신을 기리는 오늘 행사가 더욱 뜻깊다”고 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무사히 넘긴 문 대통령에게는 산적한 과제들이 여전히 놓여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를 모두 원상복구 시켜야하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총격 사살 사건도 현재진행형인 현안이다. 아직까지 북한은 공동조사와 군사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 등 우리 정부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리스크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유지를 위한 대내외적인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당초 오는 7일 1박 2일간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방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이른바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경제 문제는 북한 총격 사건으로 잠시 멈췄던 한국판 뉴딜을 통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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