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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퇴원 임박?...전문가들 "트럼프, 더 심각한 질병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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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10-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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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덱사메타손·렘데시비르 등 중환자용 치료제 투여

  • "덱사메타손은 폐렴 치료제...폐렴 가능성도 있어"

  • "병원 퇴원해도 앞으로의 상태 100% 낙관하기 어려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호전돼 이르면 5일(현지시간) 퇴원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발표와 대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투여한 약물이 주로 중증 환자들에게 처방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날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두 차례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고열 증상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94% 아래로 내려갔다. 당시 의료진은 약 2ℓ의 산소를 공급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가 95% 이상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산소포화도는 95~100% 값을 지닌다. 90% 이하면 저산소혈증, 80% 이하면 신체의 여러 조직이 심각한 상해를 입는다.

지난 3일 아침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는 또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당시 의료진은 산소포화도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투약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숀 콘리 주치의는 "초기에 덱사메타손 투약으로 인한 잠재적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덱사메타손'을 투약한 사실에 주목했다. 주로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시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았다. 이 약물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건강 상태가 악화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의 경우 35%, 트럼프 대통령처럼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산소 보충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가량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괜찮다는 의료진의 설명과 달리 대통령의 증상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오녜마 오그부아구 예일대 부교수는 "스테로이드의 단점은 선택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면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체의 능력을 저해할 수도 있어 양날의 칼과 같다"고 말했다. 이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인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덱타메타손을 코로나19 중환자만을 치료할 때만 사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WHO는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나쁘지 않으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중태에 빠지는 등 심각한 상태의 코로나19 환자에게만 덱사메타손을 투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IH 역시 산소 보충이 필요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덱사메타손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치의인 숀 콘리가 3일(현지시각) 오전 트럼프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입원한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폐렴 증상을 보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CBS 의학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아구스는 "덱사메타손으로 심각한 폐렴을 치료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런 증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치료제가 조증 등 뇌 관련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리검 여성병원의 내과 전문의인 아브라 카란 역시 "의료진이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인해 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서 처방된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도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심각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지난 2일 숀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렘데시비르를 투약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은 현재 어떤 산소공급도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문가들과 상의해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다. NIH 산하 연구소가 코로나19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렘데시비르는 환자의 회복 기간을 앞당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덱사메타손과 달리 사망률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렘데시비르 역시 덱사메타손과 같이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쓰이는 약물이라는 점이다. 조지워싱턴대 심장 전문의인 조너선 라이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는 덱타메타손뿐만 아니라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를 함께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가 이 두 가지 약물을 모두 쓴 유일한 환자일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빈 굽타 박사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없는 한 덱사메타손이나 렘데시비르를 투약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방한 실험 항체 칵테일 요법도 저산소 상태인 환자에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 의료진은 리제네론이 개발 중인 항체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항체를 혼합하는 '칵테일 요법'을 사용한 바 있다.
 

4일(현지시간) 의료팀 브리핑 도중 벤치 앉아있는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사진=AP·연합뉴스]


아울러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서 퇴원한다고 해도 앞으로의 상태를 100%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두 차례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물을 투여했다는 게 이유다.

미국 터프츠대 병원의 헬렌 바우처 감염병과장은 "(코로나19 감염 후) 2주차가 시작할 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통상 (확진 판정 이후) 7∼10일 후 상태가 악화한다"고 말했다. 

또 회복한 건강 상태가 언제 다시 나빠질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제기됐다. 뉴욕의대 봅 레히타 교수는 "동전 뒤집기처럼 건강 상태가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괜찮다가도 불과 3시간 뒤에 몹시 악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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