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학군제' 검토 배경으로 서울교육청은 과밀·과소 현상 해소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에서 50분 거리 통학할수도
5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조희연 서울교육감 홈페이지에 있는 '시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8월 24일 선지원·후추첨 방식의 중학교 배정 정책에 반대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은 이날 오전 기준으로 1만2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동의자가 1만명 이상이면 교육청이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인은 "갑작스러운 서울형 중학교 배정 설문에 당황해 청원한다"면서 "학부모들은 근거리 중학교를 원하는데 집 앞 학교를 두고 30~50분 거리 통학을 감내하라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주장했다. 설문 내용과 관련해 "원하는 정답을 끼워 맞춘 듯한 내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중학교 배정의 공간적 제한 범위는 어디까지 적합하냐'는 질문과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서울 전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청원 내용에 일부 오해가 섞여 있다"면서 "곧 답변을 달아 이를 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군 조정과 부동산 연계 부적절"
서울교육청은 1996년부터 서울 425개동을 46개 학교군으로 묶어 거주지와 가까운 중학교로 신입생을 배정하고 있다. 배정은 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이 맡는다.
강남1학군인 강남구 신사동·압구정동·청담동·삼성1~2동·논현1~2동·역삼1동에 사는 학생은 압구정중·신구중·신사중·청담중 등 7곳 가운데 1곳에 전산 배정된다. 북부2학군에 속하는 노원구 상계1∼2동과 상계5∼10동 거주자는 노일중·상원중·상경중·온곡중 등 9개 중학교로만 갈 수 있다.
그러나 학군을 하나로 묶어 선지원·후추첨제로 개편하면 강북 지역 학생도 강남학군 중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학군제를 손보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강남 집값이 오르내리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가 생기기 전엔 강남·서초구가 서울 집값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강남교육특구 밖에 자사고가 설립된 2010년부터는 강북 지역에 뒤처졌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취소에 나서자 강남권 매매·전세가가 다시 들썩였다.
반대로 거주지와 관계없이 원하는 중학교에 지원서를 낼 수 있는 단일학군제가 도입되면 명문 학교가 많은 '강남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녀를 좋은 학군에 보내고 싶은 게 당연해 대치동과 목동 지역 중학교에 지원자가 몰릴 것"이라면서 "자사고와 특수목적고 취소로 과거 명문이라고 알려진 학교 쪽으로 눈을 돌리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학군 개편을 부동산 정책에 접목시킨다는 생각은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아직 연구용역 단계"
서울교육청은 배정 제도 개편안은 연구 단계에 있을 뿐 도입을 확정한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중학생 신입생 배정제 개선은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고 학생수 과밀·과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개편안을 정해두고 요식행위로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단일학군제나 부동산 연계 정책도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대전처럼 학군을 확대하는 게 아니다"면서 "부동산 정책과 연관 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월 연구용역을 마치더라도 모든 개선안이 연구·검토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광역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중학교 학군을 28개에서 18개로 조정하고 신입생 정원 70%는 선지원·후추첨으로, 나머지 30%는 거주지 기준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지난 7월 행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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