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된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가 골자다.
지난해 12월 '2020 경제정책방향'에서 재정 준칙 계획이 나온 뒤, 9개월간 논의를 마치고 이번에 공개된 내용이다.
일단 재정준칙을 정했다는 데서 재정 관리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108%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향후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하는 것에 한도를 씌웠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은 현재 재정 지출 수준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한도를 늘려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수준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60%로 해놓고 제도적으로 돈을 쓰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들린다"며 "모든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욕구가 많아 그것을 억제하는 게 재정준칙인데, 헐렁한 재정준칙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재정 투입이 늘어날 경우, 이번 재정준칙이 얼마나 강제성을 갖느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된 것이 아닌, 정부가 시행령 수준에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고무줄 준칙'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비율 등 두 가지 한도 수칙을 동시에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는 기재부가 제시한 한도 계산식인 ‘(국가채무 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을 통해 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쟁,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상황이 발생한다면 재정 준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적용시점 역시 2025년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4~9년의 유예기간을 뒀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와 차기 정부 초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 시점을 너무 늦춰 잡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재정을 풀 만큼 풀겠다는 것이고, 다소 미화시킨다면 기존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얘기"라며 "해마다 5% 포인트 수준씩 상승시켜 나간다는 문재인 정부의 당초 공약 실현을 위한 로드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기조는 향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60%를 넘어설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실질적인 증세가 서서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50% 중반에서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25년까지라도 재정 준칙에 대한 취지가 존중될 것이며, 적용될 시기에는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여러 보완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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