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마지노선, 한국형 재정준칙] 재정 '선 액셀, 후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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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10-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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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개월간 논의 끝에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 제시돼

  • 2025년 도입해 시기 늦춰졌다는 지적에 홍 부총리, 보와조치 예상

정부가 늘어나는 나랏빚을 관리하기 위한 처방으로 '한국형 재정준칙'을 내놨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채무가 급증하는 데 대한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실상 국가 채무 60%까지는 재정 액셀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으로 판단한다. 확장적 재정 지출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5일 발표된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가 골자다. 

지난해 12월 '2020 경제정책방향'에서 재정 준칙 계획이 나온 뒤, 9개월간 논의를 마치고 이번에 공개된 내용이다. 

일단 재정준칙을 정했다는 데서 재정 관리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108%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향후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하는 것에 한도를 씌웠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은 늘어나는 국가 채무를 낮추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시각도 포착된다. 올해 국가 채무는 846조9000억원(GDP 대비 43.9%) 수준이다. 지난해 대비 106조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확장적 재정 지출에 나선 동시에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은 현재 재정 지출 수준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한도를 늘려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수준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60%로 해놓고 제도적으로 돈을 쓰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들린다"며 "모든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욕구가 많아 그것을 억제하는 게 재정준칙인데, 헐렁한 재정준칙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재정 투입이 늘어날 경우, 이번 재정준칙이 얼마나 강제성을 갖느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된 것이 아닌, 정부가 시행령 수준에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고무줄 준칙'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비율 등 두 가지 한도 수칙을 동시에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는 기재부가 제시한 한도 계산식인 ‘(국가채무 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을 통해 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쟁,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상황이 발생한다면 재정 준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적용시점 역시 2025년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4~9년의 유예기간을 뒀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와 차기 정부 초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 시점을 너무 늦춰 잡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재정을 풀 만큼 풀겠다는 것이고, 다소 미화시킨다면 기존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얘기"라며 "해마다 5% 포인트 수준씩 상승시켜 나간다는 문재인 정부의 당초 공약 실현을 위한 로드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기조는 향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60%를 넘어설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실질적인 증세가 서서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50% 중반에서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25년까지라도 재정 준칙에 대한 취지가 존중될 것이며, 적용될 시기에는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여러 보완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추진 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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