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황금 연휴를 맞은 중국이 화촉으로 붉게 물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혼례가 봇물을 이루면서 연휴 기간 23번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례까지 회자된다.
고사 직전이었던 웨딩·여행 업계도 간만에 대목을 맞았다.
5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8일간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각지의 결혼식장이 문전성시다.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결혼식 수요가 이번 연휴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절과 중추절(仲秋節·추석)이 겹쳐 중국인들이 솽시(雙喜·겹경사)로 부르는 지난 1일 절정을 이뤘다.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작업에 참여하느라 결혼이 미뤄진 40쌍의 군인 부부를 위한 합동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우한에 거주하는 천안(陳安)씨는 춘제(春節·설) 때 상견례를 하고 5월 2일 결혼식을 치르려던 계획이 코로나19로 어그러졌다.
"결혼식은 당연히 미뤄졌고 도시가 봉쇄되면서 수개월 동안 신부 얼굴도 못 봤다"는 천씨는 지난 4일 천신만고 끝에 새 신랑이 됐다.
산둥성에서 직장을 다니는 리쉐(李雪)씨는 연휴 동안 3개 도시를 오가며 3번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
리씨는 "지난 반년간 너무 지쳐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새 신부가 되는 친구의 들러리를 맡게 됐다"며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산둥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연휴 중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답했다. 3회 이상은 50%, 5회 이상이라는 응답도 17%에 달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구이저우성 비제(畢節)시에 사는 레이(雷)씨의 사례가 지난 며칠간 화제였다.
레이씨는 국경절 연휴 전후로 무려 23번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지난 1일에만 8곳을 찾았다. 축의금으로 낸 돈만 4800위안(약 83만원). 그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 액수다.
결혼 성수기인 5~6월을 포함해 상반기 중 개점 휴업 상태였던 웨딩·여행 업계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결혼식 사회를 전업으로 하는 한펑(寒楓)씨는 중국신문망과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에는 새 예약이 없었고 지난해 예약 건도 대부분 연기·취소됐다"며 "8월 들어서야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최근 사회를 본 결혼식에서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사진사를 만났다"며 "농담 삼아 '건강해라', '고생했다'는 말을 수차례 주고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웨딩 플래너인 왕린(王琳)씨는 "진행 중인 일도 많은데 신규 예약까지 몰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라며 "벌써부터 내년 상반기 결혼식장과 길일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결혼 문화 변화상도 소개했다.
왕씨는 "낮 시간대 결혼식장 이용이 어렵다 보니 저녁에 파티 형식으로 혼례를 치르는 게 새 유행이 됐다"며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 등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이를 마뜩잖게 보는 어른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해외 여행이 금지된 상태라 국내로 신혼여행을 갈 수밖에 없다"며 "관련 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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