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지형 바뀐다] ②대기업참여 심의, 1년 빨라진다…'무제한 신청'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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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0-10-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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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주처, 사업기획서로 시행 전년도 대기업 참여 허용 신청 가능

  • 신청횟수 무제한→2회…심의 효율화 vs. 대기업 참여 감소 우려

  • 과기정통부 "더 좋은 기획 나올 것…기업 참여 준비기간 길어져"

기업들은 새로 기획되는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여부를 더 빨리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발주기관들에게는 공공SW 사업에 대기업 참여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훨씬 정교하고 신중한 사전 준비가 필요해진다. 이는 오는 12월 시행될 '공공SW 사업 대기업참여 제한' 제도 개선안에 예고된 변화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W진흥법 하위법령을 개정해 공공SW 대기업참여 제한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먼저 소개된 '공공SW 시장 예측가능성 높이기'를 위해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여부에 대한 조기심사제 도입,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 신청횟수 제한 등의 추진과제가 포함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여부 조기심사제가 도입되면 발주기관들은 새로 기획하는 공공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신청을 종전보다 수개월 내지 1년까지 앞당겨 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참여 여부와 별개로 기업들은 사업 참여 준비에 '헐떡'

이제까지는 발주처가 공공SW 사업을 발굴한 뒤 사업계획서 작성, 예산 수립, 제안요청서(RFP) 작성을 거쳐 실제 사업 수행 직전 단계인 '입찰공고'를 앞두고서야 심의신청을 할 수 있었다. 사업 참여를 원하는 기업들 가운데 대기업은 해당 공공SW 사업의 심의신청이 통과될 경우, 중견기업은 대기업 참여 신청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를 각각 대비해야 했다.

결과가 어떻든 대기업과 중견기업 가운데 한 쪽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입찰 준비란 게 단순히 응찰을 위한 제안서 등 서류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실제 선정됐을 때 제안서 내용대로 사업에 들어갈 수 있는 인력 채용, 조직 편성, 현장투입 대기, 예산 배정 등 실제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과 사업활동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결정 시점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입찰과 사업수행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조기심사제는 공공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허용여부를 입찰공고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사업계획서 작성에 즈음해 알 수 있게 한다는 게 목표다. 통상 사업시행 전년도에 진행되는 사업계획서 작성 시점에 발주기관들이 대기업 참여 심의신청을 한다면, 이론상 최대 1년까지 앞당겨 대기업 참여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입찰 가능 여부조차 모른 채 사업 참여를 위한 비용 등 부담을 감수해야 했던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대형 국책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같은 공공SW 사업 기획?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해당 공공SW 사업계획서가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만큼 구체성과 설득력을 갖춰 충실하게 작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심사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발주처의 사업계획역량·발주전문성 등이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SW정책관은 조기심사제를 설명하면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예측가능성을 높여 달라'는 것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공통된 요구였다"며 "(대규모 국가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로 사업계획을 준비하듯, 발주기관이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더 좋은 기획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말 열린 공청회에서 유호석 SW정책연구소 산업연구실장은 "공공SW 사업들의 대기업 참여 여부가 시행 1년 전에 결정된다면 대·중견·중소기업 모두가 그에 맞게 사업 참여를 준비할 충분한 기간이 주어지는 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 대상 사업은 공공SW 사업의 성격에 따라 트랙1(국방·외교·치안·전력 관련 분야에 해당하는 '국가안보' 사업)과 트랙2(인공지능 등 신기술 도입이 주 내용인 '신산업' 관련사업) 유형으로 구분돼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2가지 유형에 모두 조기심사제도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참여 심의 장기화 낳은 '무제한 신청' 막기로

과기정통부는 또다른 추진과제인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 신청횟수를 기존 '무제한'에서 '2회 제한'으로 바꿀 방침이다. 심의 신청 결과 '불허' 통보를 받은 발주처에서 같은 사업의 심의를 재차 신청하면 결과적으로 심의가 장기화되고, 이는 역시 사업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의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공공SW 사업 발주 기관이 심의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대기업 참여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면 그만큼 RFP 검토가 불필요한 수준의 정교한 사업계획 수립 필요성은 더 커질 수 있다.

공식적으로 과기정통부는 발주처의 공공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허용 여부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발주기관의 신청을 민간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 전달하고, 위원회가 합의한 심의결과를 발주처에 통보할 뿐이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를 원하는 발주처와 그 공공SW 사업 수주를 원하는 대기업은 과기정통부가 대기업 참여 신청횟수 제한이라는 새로운 규제를 만든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의 대기업 참여 심의 신청횟수 제한에 반감을 표했다. 실제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참여 기회를 막는 규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기획될 공공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허용 가능성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2012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 공공SW 사업의 심의는 모두 2회 이하였다고 밝혔다. 대기업 참여 인정을 위해 3번 이상 심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반면 송기호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이같은 예외인정신청 횟수 제한 방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LTE망이나 국가재난망, 해안경비망, 역내감시망 등 전국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처럼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수행하기 어려운 분야는 일정부분 대기업 참여를 아예 (전면적으로) 열어주는 방안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심의위원회 회의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심의 신청횟수 제한이 실제로 적용되면 교육부처럼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사업과 같은 사례는 다시 나올 수 없게 된다. 교육부는 올해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과기정통부에 대기업 참여 허용을 4번 신청해 모두 불허됐다. 당초 교육부는 4세대 나이스 구축사업을 올해 하반기 발주해 오는 2022년 3월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으나, 여러 차례 대기업 참여 심의를 신청하고 결과 통보를 기다리는 과정에 2023년 가동한다는 계획으로 사업 일정을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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