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팽경인 대표는 1997년 마케팅 차장으로 입사해 2009년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11년째 그룹세브 한국 지사를 이끌고 있다. 그룹세브 내 최초의 비 프랑스인, 여성 지사장이며 '직업이 CEO'로 불릴 정도로 장수 경영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룹세브가 한국 법인을 설립할 당시 국내 주방 시장은 1만원 이하 저가 제품이 주류였다. 그에 비해 테팔 제품은 기술력은 우세하나 상대적으로 비쌌다. 일각에서 테팔의 한국 진출을 회의적으로 전망한 이유다. 그러나 테팔은 품질과 마케팅력으로 국내 시장을 꽉 잡았다. 한 주방업계 관계자는 "당시 테팔이 기술력으로 문을 열었기에 이후 국내 기업의 우수 제품도 나올 수 있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테팔의 대표적인 제품은 그릴이다. 당시 팽 대표는 한국인들이 삼겹살 등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좋아하나 적합한 주방 가전이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해외에서만 판매하던 그릴을 들여왔다. 판단은 적중했다. 테팔은 단번에 홈쇼핑 스타로서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한국 전용으로 전골판까지 추가하며 그릴 점유율 1위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구 5000만명 규모의 한국은 결코 큰 비중이 아니다. 그러나 프랑스 본사도 한국 법인을 주시하고 성장 비결을 벤치마킹해간다. 본사에서 방문할 때마다 한국 시장의 강점과 중요성을 역설하고, 경영 성과로 증명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팽 대표는 주방용품에서 소형가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대기업도 발붙이기 어려운 테팔의 앞마당이 됐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컨설팅 회사 파피용(PAPILLON)의 '주방용품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서 테팔은 재구매하고 싶은 프라이팬 브랜드 1위로 선정됐다. 지난 2018년 스트레티직 리서치(Strategic Research)가 실시한 소비자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는 주방용품·소형가전 브랜드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법인 종합 평점에서 다른 국가 법인들은 개선점 항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던 반면, 한국 법인은 'Keep go on'(계속 이대로 하라)이라는 사실상 최고 평점을 받았다. 진짜 '큰물'에서 뜻을 펼치라며 본사로부터 아태본부로 승진 이동하는 기회도 잡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팽 대표가 경영 철학에서 고객만큼이나 중시하는 대상은 직원이다. 직급에 관계 없이 대표와 직원이 소그룹으로 식사하며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스킵 레벨 런치(Skip-level lunch)'는 자발적으로 십여개 팀이 꾸려졌을 정도다. 그의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은 최고경영자(CEO) 사진 동호회 활동에서도 묻어난다.
종종 사내 행사에서 직접 사진을 촬영해 직원들에게 전달하는데, '인생 사진'을 얻었다며 메신저 프로필을 바꾸는 직원도 생길 정도다. 렌즈를 통해 대상을 관찰하는 법을 익히면 고객, 직원에 집중하는 힘도 길러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번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필리핀에 가 현지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위해 나선 적도 있다. 모금 운동 성공에 더불어 어린이 교육 자료로도 쓰이며 현지 의회에서 관련 의결이 통과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