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유전자 가위' 공부 못하는 아이 유전자도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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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요 기자
입력 2020-10-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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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 스틸컷]


"운명을 결정하는 건 자신의 몫이잖아?"(영화 '가타카')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

두 영화의 공통점은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맞춤형 아이'가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생명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20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은 유전자 가위를 발견하고 유전자 편집 연구에 기여한 프랑스 에마뉘에 샤르팡티에와 미국 제니퍼 두드나 두 여성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여성 과학자 두명이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 시각) 올해의 화학상 수상자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한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가위란 원하는 유전 정보를 담고있는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이다. 문제가 있는 특정 DNA부위를 제거하고, 새로운 DNA로 바꾸는 이른바 '유전자 편집' 기술로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인간이 원하는대로 생명을 디자인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유전자 가위로는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s · Zinc Finger Nucleases), 2세대 탈렌(TALENs · 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3세대 크리스퍼(CRISPR-Cas9)가 있다.

유전자 가위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는 현존하는 기술로는 치료법이 없는 유전성 난치 질환을 치료하는 기적의 치료제를 만드는 데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유전질환의 경우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이 주원인이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를 통해 문제가 있는 부위를 잘라내고 건강한 유전자를 끼워 넣으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기능이 우수한 농작물 및 가축의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일의 크기, 색깔, 당도까지 유전자를 조작해 조절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 기술은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2018년 발표한 '생명을 디자인하는 유전자 가위의 기술산업 동향 및 연구 과제' 보고서를 통해 유전자 가위가 사회적 우생학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생학은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여러 가지 조건과 인자 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우수한 소질을 가진 인구의 증가를 꾀하고 열악한 유전소질을 가진 인구의 증가를 방지하는 것을 말한다.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진 아이를 만들어내는 미래에서 열성인자를 가진 청년이 사회의 감시를 피해 우수인력이 되는 이야기를 다뤄 '우월한 유전자 보다 중요한 건 개인의 의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의 '도너 베이비'(신체기증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기)로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를 다뤄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보고서는 유전자 가위가 가지고 있는 높은 안정성 문제와 빈부 격차 따른 치료 수혜 양극화 문제도 앞으로 풀어가야할 숙제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세계 시장 규모는 2019년 35억1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받는 3세대 크리스퍼 시장 규모는 오는 2022년 23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3세대 크리스퍼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미국 에디타스 메디스, 스위스 CRIPR 테라퓨틱스, 한국 툴제 등 4개사가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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