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한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해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한·미 동맹도 특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 6월 현지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3일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에서 또한 미·중 갈등 심화를 거론, "우리는 한·미 동맹의 미래상을 숙고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으로 풀이된 탓이다.
이 대사는 "외교관이면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하는데 오해가 생겼다면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히 밝힐 게 있다. 당시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미국과의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구구절절 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에서 그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경제정책, 경제문제에 중국에 비중을 둬야 하고,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경험칙"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마늘 파동 때 봤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 봤다. 사드 같은 일이 또 생겨서 되겠냐"고 되물었다.
나아가 이 대사는 "내 발언이 서울에서 문제가 되고 있어 미 고위층에 물어봤다"며 "중국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불편하냐고 물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은 당연히 중국과의 경제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사는 내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현재의 톱다운(하향) 방식의 정상 외교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 대선과 관련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톱다운 방식의 외교 변화 여부와 관련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민주당이 집권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측의) 외교·안보를 맡을 사람들이 과거에 오바마 정부에서 고위직을 한 사람들이다. 경험으로 볼 때 톱다운보다는 밑에서 검토하고 건의하는 것을 대통령이 재가하는 형태를 많이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톱다운 방식이 유지되거나 나아가 강화될 수 있다고 이 대사는 평가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할 경우의 북·미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선 "솔직히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지금) 외교정책에 신경 쓸 틈이 없다. 국내에 몰입하고 있고 중국이 크게 걸려 있어 한반도 문제는 세컨더리(두 번째) 이슈로 취급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