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그 후] ①“축제는 끝났다”…내년 당대회 노리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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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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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당창건 75주년 열병식 끝나자 '80일 전투' 독려

  • '80일 전투' 내년 당대회 위한 노동력 총동원 운동

  • "단기적 목표에만 매달린 총력전에 불과, 기대↓"

  •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립·수행 어려울 듯

새로운 전략무기 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연설 등으로 눈길을 끈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북한은 열병식이 끝난 직후 ‘80일 전투’ 독려에 나섰다. ‘민족 대명절’인 창건일 축제를 뒤로하고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경제계획’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셈이다.

연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수해복구 등에 매진하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무(無)성과의 굴욕을 내년 당대회에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3일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80일 전투’를 통해 실현 가능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명확한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전투방식의 경제건설은 단기적인 목표에만 매달린 총력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12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주민 결속을 다지는 군민연합집회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주석단에 오른 박봉주 부위원장은 80일 전투 매진으로 혹독한 난관을 극복하자고 연설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노동신문은 이날 “위대한 당의 호소에 따라 80일 전투에 총 매진해 노동당 8차 대회를 자랑찬 승리로 맞이하기 위한 평양시군민연합집회가 12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박봉주 노동당 부위원장은 집회 보고에서 “올해의 마지막 80일은 혁명 발전에서 매우 중대하고 책임적이며 관건적인 시기”라면서 “장쾌한 전략적 공세로 도약시키는가 고난의 진펄로 밀려나는가 하는 사활적인 문제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에서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게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한 바 있다.

북한은 국가적인 주민 노동력 총동원 운동을 ‘전투’라고 지칭한다. 기본적으로 대규모 증산과 건설을 통해 사회주의 강국을 과시하고, 경제개발계획 등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80일 전투: 과거 유사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80일 전투’가 제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경제건설 비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파악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연이은 수해와 태풍 등으로 경제건설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올해 연말까지 대중동원 혹은 속도전 방식을 통해 경제건설 성과를 최대한 도출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열병식 참가자 및 경축대표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기념촬영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의 ‘80일 전투’가 과거 유사 전투와 같은 형태로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김정은 시대’의 전투는 이전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전과 달리 국산화 품질향상, 과학기술혁신과 업종 전문화 등에 초점을 맞춰 실리 극대화를 도모할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제 사정을 돌파 할 수 있도록 집중력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현 대진대 교수)은 최근 통화에서 북한의 탄소하나(C1) 화학공업에 주목했다. 김 전 차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산화 즉 자력갱생을 강조했다”면서 “현재 대북제재 상황에서 북한의 국산화 핵심은 C1 화학공업에 있다”고 말했다.

C1 화학공업은 탄소 수가 1개인 화합물을 출발원료로 해 여러 가지 유기화합물들을 합성하는 화학으로, 석유화학을 대체할 수 있다. 대북제재로 석유 자원 유입이 어려운 만큼 보유한 석탄 자원을 활용한 C1 화학공업을 통해 석유에서 얻을 수 있는 액체 원료 및 화학제품을 얻겠다는 의도다. 또 이를 경제발전 계획에 포함해 국산화 성과로 내세울 거란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80일 전투’의 성과 여부다. 북한은 과거에도 경제난 극복을 목적으로 ‘전투’ 형식의 노동력 총동원 운동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 건설 등 부분적인 성과만 냈을 뿐이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북제재 장기화에 이어 국경봉쇄로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개선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의) 과거와 같은 집단적인 사회주의 노력경쟁은 주민들의 피로감 증대, 생산 활동에 대한 충분한 동기를 유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 목표에만 매달린 총력전 방식의 경제 운영함으로써 중장기적인 경제계획 수행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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