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제조사' 창신INC, 해외 계열사 통해 자녀 회사 부당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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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0-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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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창신INC 법인 고발 및 385억 과징금 부과

나이키 제조사 창신INC가 해외 계열사 이용해 자녀 회사를 부당 지원해 제재를 받았다. 이는 단순히 경제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넘어 창신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과도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창신INC의 지시로 해외 생산법인들이 창신그룹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흥을 부당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총 385억1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교사자인 창신INC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신발 제조업 부문 2위 사업자인 창신INC는 창신그룹의 본사다. 나이키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신발 제조를 위탁받아 해외생산법인 3곳에서 신발을 생산해 나이키에 납품하고 있다.
 

[자료=공정위 제공]

해외생산법인은 나이키 신발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자재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재는 서흥에 구매를 위탁하고 구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한다. 서흥은 창신그룹 회장 자녀들이 99%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2004년 1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2011년 6월부터 창신INC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던 서흥은 2012년도 말 유동성 악화에 빠졌다. 이에 창신INC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3개의 해외생산법인에 서흥에 지급하는 신발 자재 구매대행 수수료를 7.2% 더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해외생산법인들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해 서흥에게 총 534억원(4588만달러)의 구매대행 수수료를 줬다. 당시 해외생산법인들은 완전자본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정상가격 대비 2.3배나 높은 수수료를 서흥에 지급해야 했다.

해외생산법인들이 서흥에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준 수수료는 정상가격 대비 305억원(2628만달러)이나 높다. 이는 같은 기간 서흥 영업이익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지원 행위로 서흥의 영업이익률과 자산규모, 이익잉여금 등 각종 재무지표는 급격하게 개선됐다. 서흥의 사업 기반과 재무상태 등 경쟁상 지위도 강화됐다.

서흥에 대한 창신INC의 지원 행위는 창신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창신INC의 지시로 유동성을 확보한 서흥은 2015년 4월 창신INC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에 올랐다.
 

2018년도 말 창신그룹 지분도 [자료=공정위 제공]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그룹 회장 자녀가 창신INC의 최대주주가 되면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서흥을 통해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우량회사의 경영권을 얻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재벌의 경영권 승계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서흥은 2008년부터 창신그룹의 자재 구매대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25배, 42배 불렸다.

창신INC와 서흥이 합병하면 창신INC의 최대주주가 창신그룹 회장의 자녀로 바뀌어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 이들 회사는 2018년 9월에는 창신INC와 서흥의 합병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창신INC(152억9300만원) △창신베트남(62억7000만원) △청도창신(46억7800만원) △창신인도네시아(28억1400만원) △서흥(94억6300만원)에 총 85억18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부당지원행위에 동원된 해외계열사에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신INC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법인만 고발한 것에 대해 정 국장은 "총수라고 할 수 있는 정환일 씨를 개인 고발하지 않은 것은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고발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참여하지 않아 중견기업집단이 높은 지배력을 보이는 시장에서 부당 지원을 통해 공정거래를 저해했다"며 "부의 이전 효과를 낳은 중견기업집단의 위법 행위를 확인·시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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