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그 후] ②美 대선 앞 신형 ICBM 공개 후폭풍…"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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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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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美 본토 겨냥 가능한 신형 ICBM 공개

  • 美 대선 앞 공개 대미 압박 의도 담겼단 분석도

  • 시험발사 우려 여전, 한반도 비핵화 목표 치명타

  • 다탄두 탑재 가능성 두고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가장 이목을 이끈 것은 열병식 대미를 장식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북한 열병식이 끝난 지 이틀째인 13일 현재까지도 신형 ICBM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신형 ICBM의 다탄두 탑재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신형 ICBM을 공개한 것을 두고 대미 압박을 시사했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신형 ICBM 공개했지만,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즉시 전력감이 아닌 과시용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공개한 전략무기에 대한 시험발사를 대부분 진행했다는 점에서 신형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고려해 미국 대선 때까지 시험발사에 나서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북·미 관계가 악화하면 북한이 언제든지 신형 ICBM 시험발사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위 사진을 포함해 신형 ICBM 사진을 약 10장 실었다.[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일 열병식 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북한 신형 ICBM은 11축 22륜(바퀴 22개)의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채로 소개됐다. TEL 바퀴 수를 근거로 북한이 마지막으로 개발한 ‘화성 15형(9축 18륜)’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고, 사거리 역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탄두부도 길어졌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두부에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MIRV)’ 기술을 습득했다고 주장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1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크기가 실제로 어느 정도 되는지에 달렸지만 이런 종류의 미사일은 ‘다탄두’ 탑재 역량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공개한 4기의 ICBM에 각각 3개의 탄두가 탑재되면 모두 12개의 탄두로 공격하게 된다는 의미”라면서 “알래스카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제압할 수 있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NK뉴스의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이 옛 소련으로부터 미사일 여러 개보다 단일 미사일 체계에 탄두를 여러 개 장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교훈을 배운 것 같다”며 신형 ICBM에 핵탄두가 4개까지 장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MIRV 기술이 현재 북한의 상황에서 습득할 수 없는 고급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사일을 크게만 만든다고 다탄두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탄두를 위해 이동수단인 미사일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것은 기동성과 은밀성 등을 고려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개한 새로운 ICBM이 현존하는 ICBM 중 세계 최대급이라는 점에서 이미 기동성과 은밀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역시 “탄두 부분의 모양으로 봐서 다탄두 탑재형일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시험발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완성된 무기로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에 대미 압박의 속내가 중점적으로 담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ICBM 공개가 대미압박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직접적인 대미 비난이나 북·미 관계 관련 언급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대외적 메시지는 원론적이고 포괄적으로 군사력이 선제공격용이 아닌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세력이든 북한을 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 이후 북미 관계보다 국제사회에 대한 다변화된 대외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홍 실장은 “실제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 종류가 2015년 이후 열병식보다 많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신종 무기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데 주력했다”면서 미국이 북·미 협상에서 결정적 변화가 없다면 북한의 전쟁억제력 강화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한편 홍 실장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에서 식별된 북한의 전략무기는 26종 220여 대로 확인됐다. 이는 규모 면에서 2013년 7월 27일(38종 280여 대), 2015년 10월 10일(31종 290여 대) 열병식에 비해선 작은 규모다.

그러나 홍 실장은 “등장 무기 다양성과 위력 측면에서는 역대급”이라면서 이번 열병식을 ‘전략무기 진화와 전력구조 개편을 과시한 무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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