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공개한 2020년 1분기 ‘글로벌 부채 모니터’ 자료를 보면, 한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정부 부채) 비율이 41.4%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일본은 230.4%, 유로존 101.2%, 미국 106%, 영국 108.7%, 중국 55.3%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가계부채 비율은 가장 높아 GDP의 97.9%이며 증가 속도도 빨라 부실 위험이 크다. 일본은 57.2%, 유로존 58.3%, 미국 75.6%, 영국 84.4%, 중국 58.8% 수준에 그친다. 올 9월 말 은행 가계대출만 958조 원이며 이 중 73.3%가 주택담보 대출이다. 특히 서울은 지난 3년간 아파트가 50% 오르면서 대출이 크게 늘었다. 주택공급을 충분히 했더라면 가격안정에 대출수요도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그러질 못해 아쉽기만 하다.
비금융기업의 부채는 GDP의 104.6%로 일본이나 유로존 수준이다. 일본 106.4%, 유로존 109.8%, 미국 78.1%, 영국 78.2%, 중국 159.1%다.
금융기관의 부채도 GDP의 92.5%로 안정적이다. 일본 168.1%, 유로존 121.8%, 미국 81.9%, 영국 182.1%, 중국 44.7%다.
가계·정부·기업·금융을 모두 합친 한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336.4%로 주요국 가운데 중간 정도다. 일본은 562.1%, 유로존 391.1%, 미국 341.6%, 영국 453.4%, 중국 317.9%다. 세계 전체의 GDP(258조 달러) 대비 부채 비율은 올 1분기 역대 최고인 331%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후퇴 때문이다. 작년 말보다 11% 증가했다. 2분기는 전 세계적으로 12.5조 달러(약 1경5천조원)라는 엄청난 국채가 발행돼 부채가 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2020~2070년 장기 재정전망’에서 현재와 같은 재정 운용방식이 계속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4.5%에서 2030년 75.5%, 2040년 103.9%, 2050년 131.1%, 2060년 158.7%, 2070년 185.7%를 전망하고 있다. 이는 재정 파탄을 의미한다.
올 10월 초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8월 누계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는 70.9조 원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 22.3조 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경기 침체로 세수 여건이 나빠지면서, 세수는 8월까지 192.5조 원으로 목표대비 68.8%에 그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17조 원 덜 걷혔다. 법인세가 14.6조 원 덜 걷히고 부가가치세도 작년보다 4조 원 줄었다.
재정적자가 늘면서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도 올 8월까지 794.1조 원이나 된다. 1년 전보다 약 100조 원 늘었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8.5% 증가한 555.8조 원인데, 코로나19 대책으로 세수보다 지출이 많아 90조 원의 국채를 발행해 메꿔야 한다. 내년 말 국가채무는 다시 사상 최대 945조 원까지 늘게 된다. 현 정부 출범 4년 만에 국가채무는 285조 원 늘어 국가채무비율은 36.0%에서 46.7%가 된다.
해결책으로 기획재정부는 올 10월 초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시작부터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3% 이내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적용 시점은 2025년으로 너무 늦고, 5년마다 시행령으로 재검토한다 하니 무늬만 준칙이다. 재정준칙을 독일과 스위스는 헌법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법률로 하고 있다.
스페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년간 국가채무비율이 39.4%에서 85.7%로 2.2배 증가했고, 아일랜드는 23.9%에서 111.1%로 4.6배 급등했다. 4년 만에 재정이 무너지면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까지 하락했다. 반면, 독일은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2년간 16.8% 증가하자, 즉각 헌법에 ‘균형재정 유지 원칙’과 ‘신규 국가채무발행 상한(GDP 대비 0.35%)’을 명시하여 지금까지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로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 부채 증가가 국회예산정책처 전망대로 늘어난다면, 가계·정부·기업·금융을 합친 국가부채는 400~500%를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 정부는 알뜰살뜰 재정 운용을 해야 한다. 일본처럼 지금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세금 부담을 잔뜩 떠넘기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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