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발표한 제재심 관련 개선 방안에서는 임직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징계를 줄인다던 금융당국이 정작 사고가 터지니 처벌만 내세워 책임을 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금융당국의 입맛에 맞게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오히려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일 라임 사태 관련 제재심 개최를 위해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판매사 3곳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기관 징계는 물론 라임 펀드가 판매된 시기 재임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직무정지'의 중징계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CEO 대상 징계가 이뤄졌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 해임 권고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 DLF 사태 당시에는 '문책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징계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판매사 CEO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제재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과거 발표했던 제재 관련 개혁방안의 취지를 스스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2015년 '금융회사 검사·제재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개인보다는 기관 중심으로 제재 방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개인 위주 제재가 오히려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유발하고 있으므로, 향후 금융사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제재 방식을 기관·금전 제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와 달리 이번 징계가 제재심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금융권의 보신주의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 증권사가 상품 판매와 관련해 내부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는 등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도 CEO에 대한 '퇴출' 수준의 징계가 나왔다"며 "앞으로는 손실 위험이 있거나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상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것이 징계 근거라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던 금융당국도 관리감독 부실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미 작년부터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규제를 대폭 완화했던 금융당국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오히려 판매사에만 화살을 돌리는 징계를 내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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