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큰 사건을 맡게 된 J변호사는 처음엔 두말할 것도 없이 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몇 분 뒤 단칼에 사건 수임을 거절했다.
"검찰하고 세팅이 끝났어요. 변호사님은 (피의자가 검찰청에 갈 때)같이 왔다갔다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
J변호사는 "정말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알고 보니 그런 연락을 받은 것은 J변호사뿐이 아니었다.
변호사 물색도 김 전 회장 측이 아니라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A씨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라임사태 핵심 피고인인 김 전 회장이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주임검사"이자 "윤석열 라인 핵심"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변호사다.
그러니까 "사건 세팅이 끝났다"는 A변호사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직 검찰고위직인 A변호사 자신을 대신해 현장을 다니며 말 그대로 '변론하는 척' 해줄 '어쏘(대리) 변호사'를 찾고 있었던 셈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는 억대의 고액수임료를 받으면서도 계약서 작성은 물론 전면에 나서지도 않았으며 대신 '어쏘 변호사'를 앞세워 뒤에서 검찰과 막후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수사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갔다"면서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A변호사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수사팀과 함께 사건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A변호사가)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줄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거나 "형사6부가 합수단(합동수사단) 역할을 하고 있고 부장검사도 '윤석열 키즈'라면서 라임 사건에 윤 총장 운명이 걸려 있다며 청와대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아야 수사팀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 총장이 '전체주의'를 발언한 뒤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최초 카더라식 보도와 짜 맞추기‧먼지털이식 수사가 진행됐다"면서 “당해보니 검찰개혁이 시급함을 알게 돼 폭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지난 8월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J변호사 같은 사례는) 변호사업계에서는 꽤 알려졌던 이야기"라면서 "처음에는 검찰 고위직 전관 변호사의 '갑질'이나 '예의 없는 행동'이 낳은 다소 황당한 에피소드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중에 실체를 알고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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