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감염 확산···아사 직전의 여행업계
올해 1월,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9개월이 지난 지금, 관광산업은 아사 직전에 처했다. 지난해부터 악화한 한일관계 등 정치·외교적인 요인으로 위기가 시작된 여행업계는 올해 초 불거진 유례 없는 감염세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와 인바운드(방한관광)는 물론,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에 이르기까지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국내 빅2 여행사라 불리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실적은 4월 이후 9월까지 6개월 연속 -98% 수준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니 여행사 휴·폐업이 급증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행사 직원들은 유·무급 휴직·휴업에 잉 최근 희망퇴직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살아야 한다···랜선여행·가상 체험여행 등 선보이며 사활
여행업계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랜선여행을 넘어 해외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 여행상품' 판매에 나서며 매출 회복에 주력했다.
다행히 '집콕'생활에 지친 많은 소비자는 뜨겁게 열광했고, 상품은 '완판'됐다. '해외여행에 목마르다'는 것을 방증하는 이 사례에 힘입어 국내 저비용항공사도 비슷한 가상여행 상품을 내세우며 업계 회복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랜선여행과 가상 해외여행 체험상품 등의 처방은 실제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진짜' 여행의 감동을 넘어서진 못할 것이다. 어쩌면 여행지의 사뭇 다른 공기에 대한 '갈증'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해외여행, 점진적 완화 조치 필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일부 항공사가 그동안 운항 중단했던 노선을 제한적으로 재개하고, 하와이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외국인 여행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하늘길이 서서히 열린다는 소식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만으로 일반 여행수요를 과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비자면제 무효화와 자가격리 의무화 등의 입국 제한조치는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4월 13일 이후 특정 국가와 체결한 사증면제협정을 잠정 중지했다. 현재 이같은 조치를 한 나라는 56개국에 이른다. 게다가 자국민을 포함한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 2주 자가격리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 종식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방역상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인 완화 조처를 해 여행시장 개방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14일 의무 자가격리 기간 단축 또는 완화, 방역체계가 우수한 국가 간 교류를 재개하는 트래블버블(Travel Bubble) 확대, 비즈니스 목적 출장자 대상 출입국 제한조치 완화 등 다양한 방안 등도 거론하고 있다.
관광교류 규모가 크고 상호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3국의 역내 관광협력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말 우리나라 주최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3국 간 관광 교류 재개를 통한 여행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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