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테마주'로 불리는 중국 블록체인 기업 쉰레이(迅雷)가 경영난과 내홍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
당국의 규제로 주력 사업과 자금 유치에 타격을 받은 데다 핵심 인재까지 이탈 중이라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의 '블록체인 굴기' 전략도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년 연속 적자…손실폭 더 커져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쉰레이의 주가는 지난 16일 기준 2.88달러로 이달 들어 17.5% 떨어졌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회사 측이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천레이(陳磊)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범위를 넓혀 보면 지난 1년 새 쉰레이 주가는 57% 넘게 급락했다. 단기 악재 외에도 경영 상황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데 대한 시장의 평가다.
쉰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1억8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9% 감소했다. 순손실 규모는 5317만 달러로 전년의 3928만 달러보다 35% 늘었다.
벌써 6년째 적자 행진 중인데 손실폭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다운로드 가속기 브랜드로 시작한 쉰레이는 P2P(개인 간 거래) 파일 공유 사이트를 거쳐 2017년부터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이 블록체인 굴기 전략을 추진하면서 테마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블록체인 산업 지원 의지를 천명하자 주가가 폭등한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전 세계 주요국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국도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쉰레이 주가는 하루 만에 2.32달러에서 4.82달러로 2배 넘게 뛴 데 이어 최고 6.69달러까지 치솟았다. 시진핑 테마주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지만 주가를 지탱하기에는 실력이 모자랐다. 쉰레이는 2017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와 다운로드 가속기 기능을 갖춘 완커윈(玩客雲)을 출시했다.
눈길을 끄는 건 완커윈에서 일종의 유사 가상화폐인 완커비(玩客幣)를 채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커비는 아이치이 등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와 징둥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하고, 가상화폐처럼 거래도 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쉰레이는 완커윈 출시 뒤 열흘 만에 1088만 위안을 벌어들였다. 완커비 가격은 한때 9위안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신규 자금 유치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가상화폐공개(ICO·가상화폐 거래소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도 물거품이 됐다.
◆짝퉁 블록체인 한계, 인재 유출 가속화
텐센트 엔지니어 출신인 천레이는 취임 후 블록체인 기술력 향상을 위해 암호학 전문가 등 인재 영입에 열을 올렸다.
쉰레이의 블록체인 사업 자회사 왕신커지(網心科技)의 한 임원은 제일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전체 비용 중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이 80% 정도"라며 "임금 수준도 업계 5위권"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쉰레이의 R&D 비용은 6857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37.8%에 달했다.
유사 가상화폐는 투자자들의 투기 심리를 이용한 사업 모델일 뿐 진정한 의미의 블록체인 기술은 아니다.
가상화폐 분야에서 실패를 맛본 쉰레이는 금융·민생·법률·의료·공공서비스·산업 등 6개 분야에 걸쳐 10여개의 블록체인 솔루션을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다.
창업 멤버였다가 퇴사했던 리진보(李金波) 신임 회장이 지난 4월 복귀하는 등 수뇌부 물갈이도 단행했지만, 올해 2분기 매출은 4430만 달러로 전분기보다 8.3% 더 줄었다. R&D 비용은 1분기 1680만 달러에서 2분기 1450만 달러로 축소됐다.
3대 수익 모델인 클라우드 서비스(블록체인 포함)와 파일 공유 사이트 회비, 온라인 광고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영난이 지속되고 재투자에도 소극적으로 바뀌자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 왕신커지 내 블록체인 전문 인력은 기존 400명에서 현재 200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제일재경은 "쉰레이의 2분기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자금난이 심화하는 추세"며 "신규 성장동력 발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외부의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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