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대한 감사가 20일 드디어 막을 내렸지만, 감사원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감사원이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최재형 감사원장 등 감사원이 지켜야 할 독립성·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월성 1호기’ 감사의 주요 목적은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엔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관한 판단은 없었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안전성,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 감사가 ‘경제성’ 위주로 이뤄진 만큼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을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회의 감사 요구가 있을 당시 원전업계와 야권에서는 한수원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었다.
한수원이 외부용역을 통해 자체적으로 진행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최초의 3427억원에서 224억원까지 대폭 축소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경제성 평가 조작 여부’가 이번 감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회 감사 요구가 ‘경제성 평가’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로 인해 감사원이 감사 결과 공개 후 거세질 정치권 공방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안전성 등 민감한 항목에 대한 감사를 피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감사원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사원법 제2조(지위)에 따르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또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면(任免),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감사 결과에 대해 “특별히 (입장을) 낼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서 더더군다나 청와대 사안이 아닌데 입장을 내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가 당초 계획보다 8개월이 늦게 발표된 데에는 정부와 여야의 정치적 공방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사 내용이 아닌 최 원장과 감사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향한 여야의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지난해 9월 30일 국회의 감사 요구 이후 385일 만에 의결되고, 386일 만에 공개됐다. 감사원 감사(국회 감사 청구) 역사상 최장기간이다.
최 원장은 지난 4월 이준호 감사위원의 퇴임 뒤 후임 위원 선임 과정에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여당은 이를 문제 삼았고, 최 원장에 대한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다.
최 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핍박이나 압력으로 느낄 만에 일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월성 1호기 (감사)가 워낙 논쟁적 주제여서 (감사) 위원회 변화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서 약간 소극적으로 (제청을) 미루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청와대 추천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한 뒤의 후폭풍을 우려,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 훼손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최 원장은 지난 4월 감사 결과 의결을 연기하고 보완검사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관한 판단은 빠지면서 ‘반쪽 감사’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한편 ‘월성 1호기’ 감사를 계기로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에 대한 목소리를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 결과를 결정하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립하는 구도라는 비판을 해소하고자 감사위원 구성부터 독립성을 갖추기 위한 법제화 필요성이 강조될 거란 얘기다.
최 원장은 지난 국감에서 감사원을 행정부·입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두는 방안에 대해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어떤 게 좋은지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감사원이 의회 소속이든, 순수 독립기관이든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