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상하이판 나스닥’ 커촹반에서 거래되는 스터우커지(石頭科技, 로보락) 주가가 또다시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는 이미 700위안도 넘보고 있다. 중국 증시 대장주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다음으로 비싼 주식이다. 올 하반기 들어서 주가 상승폭만 80%가 넘는다.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일보는 "미친 돌멩이"라고 표현했다. 스터우는 중국어로 돌멩이란 뜻이다.
또 다른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 커워쓰(科沃斯, 에코백스) 주가 역시 올 하반기 들어 약 80% 상승했다. 이는 그만큼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 中 20가구 중 1가구만 로봇청소기 사용···광대한 시장 잠재력
사실 로봇청소기는 아직 중국인들의 필수 가전제품은 아니다. 사실 중국에 로봇청소기가 처음 출시된 건 2006년이다. 미국 일렉트로룩스사가 1996년 전 세계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선보인 것보다 10년이 늦다.
중국 광다증권에 따르면 현재 중국 20개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로봇청소기를 사용하고 있다. 보급률이 5% 남짓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로봇청소기 평균 보급률이 17%이다. 중국 가정의 로봇청소기 보급률은 전 세계 평균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로봇청소기 수요는 크게 늘었다.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중국 내 로봇청소기 누적 매출은 42억 위안(약 7100억원)으로, 전체 생활가전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생활가전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전제품이다.
특히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로봇청소기 보급률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은 2015년 20억6000만 위안에서 지난해 84억 위안으로 네 배 넘게 커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86억200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는 2024년엔 230억 위안도 돌파할 것으로 중국 가오허캐피탈은 관측했다. 그때가 되면 전체 판매량은 1780만대로, 보급률도 1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광다증권은 중국 로봇청소기 매출이 향후 500억, 심지어 1000억 위안 규모로 커질 것으로도 예상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33억 달러(약 3조7400억원)로, 2025년까지 75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은 3대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커워쓰가 49.4%로 거의 절반을 독식하고 있으며, 그 뒤를 샤오미(12%), 스터우과기(11%)가 잇고 있다. 주요 로봇청소기 업체들을 알아보자.
◆ 시장 절반 '독식'하는 "로봇청소기 元祖" 커워쓰
커워쓰는 중국 로봇청소기 '원조' 기업이다. 2006년 ‘바닥의 보물’ 뜻의 ‘디바오(地寶)’라는 이름의 로봇청소기를 중국 시장에 처음 내놨다. 무작위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청소하는 단순 로봇청소기다. 하지만 수년간 연구개발(R&D) 끝에 2013년에는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는 이른바 LDS 센서와 정밀한 '3차원 공간인식 및 지도생성(SLAM)' 알고리즘을 지원하는 스마트 내비 로봇청소기도 출시하며 오늘날 중국 로봇청소기 강자로 우뚝 섰다.
1998년 중국 공업도시 쑤저우에서 가전제품, 특히 청소기 제조 전문업체로 시작한 커워쓰는 처음엔 필립스. 파나소닉. 일렉트로룩스 등 글로벌 가전기업의 OEM·ODM(제조자 개발생산) 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줄곧 기술 개발에 목말랐던 창업주 첸둥치(錢東奇)는 우연히 로봇축구 대회 신문 기사를 접하며 로봇청소기 개발을 떠올렸다. 2000년부터 OEM·ODM 생산과 별도로 소규모 팀을 꾸려 로봇청소기 기술개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자체 개발한 로봇청소기는 중국서 불티나게 팔렸다. 오히려 필립스, 파나소닉 제품보다 더 잘 팔렸다. 덕분에 2014년 전체 매출에서 38%에 불과했던 로봇청소기 비중은 지난해 73% 이상까지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ODM 중심의 저가 로봇청소기 사업을 접고 고급 로봇청소기 기술개발 및 생산 판매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넘었다.
2018년 중국 상하이 증시에도 상장했다. 상장으로 확보한 실탄은 고급 로봇청소기 생산 확대, 로봇 커텍티드 생태계 구축, 글로벌 마케팅에 쏟아 부었다.
사업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75% 이상 감소한 1억2000만 위안에 그친 것. 다만 같은 기간 고급 로봇 청소기 사업 매출은 약 90% 증가한 20억3000만 위안에 달한 건 고무적이다.
OEM·ODM 업체에서 글로벌 로봇청소기 기업으로 발전한 커워쓰는 중국 제조업 업그레이드의 사례로도 거론되고 있다.
◆ '샤오미 후광' 업고 급성장한 스터우과기
커워쓰가 사업 구조조정 속 진통을 겪는 사이 무섭게 질주하는 후발주자가 있다. 스터우과기다. 전통 제조업체로 시작한 커워쓰와 달리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 생태계에서 시작한 하이테크 업체다. 2014년 창업해 샤오미 스마트홈 브랜드 ‘미자(米家)’라벨을 붙이고 로봇청소기를 제작했다. 샤오미의 투자와 채널을 후광으로 삼아 단기간 내 고속 성장했다.
2016~2018년 연평균 순익 증가율이 무려 500%가 넘는다. 지난해 매출은 42억500만 위안으로 이미 커워쓰(53억1200만 위안)를 위협할 정도다.
특히 스터우과기는 샤오미 생태계 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엔 ‘탈(脫) 샤오미’행보를 보이며 샤오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샤오미에서 독립해 자체적인 브랜드로 경쟁력 키우기에 나선 것. 덕분에 2016년까지만 해도 샤오미를 통해 창출하는 매출이 100%였으나, 지난해 43%까지 줄었다.
올 2월 커촹반에서 성공적인 데뷔전도 치렀다. 당시 공모가는 271.12위안으로, 커촹반은 물론 중국 본토 증시 최고가를 기록했다. 상장 당일 주가도 약 2배 가까이 뛴 500위안으로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하반기 들어 다시 급등해 마오타이 다음으로 비싼 중국증시 대장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주가에 거품이 끼였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단순히 로봇청소기 제품만으로 현재 주가를 떠받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 로봇청소기 브랜드만 200개 난립···혁신만이 살길
게다가 업계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며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도 차츰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중국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로봇청소기 브랜드만 200개에 육박한다.
특히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건 윈징(雲鯨, 나월)이다. 2016년 중국 광둥성 둥관에서 시작한 나월의 첫 로봇청소기 제품은 2019년 4월 글로벌 클라우드 펀딩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공식 론칭됐다. 올해 6월까지 이미 시리즈C 투자 유치까지 완료했다. 세콰이어캐피털, 바이트댄스 등을 든든한 투자자로 두고 있다.
올 1~8월 판매량을 보면 나월의 로봇청소기는 단일 모델 판매액으로는 이미 커워쓰 T8, 스터우 T7 등도 제쳤다. 8개월 동안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며 4억2000만 위안의 매출을 거둔 것.
중국의 한 업계 애널리스트는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신생업체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며 "선두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제품 업그레이드와 혁신을 모색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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