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세에 국방법 바꾼 中…"발전이익 침해하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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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10-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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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법 개정안, 전쟁 요건·범위 확대

  • "발전이익 수호 법적근거 필요" 주장

  • 美 압박 대응, 국제사회 입김 키우기

  • 習 권력 강화, 국무원 힘빼기 정황도

[사진=신화통신]


중국이 전쟁 가능 요건과 수행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의 국방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압박과 도발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국제 사회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방법 개정안 초안 전문을 게재하고 오는 11월 19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국무원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제청한 국방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쟁 가능 요건을 확대한 것이다.

현행법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주권, 통일, 온전한 영토, 안보가 위협을 받을 때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라 국가 총동원 및 부분 동원을 진행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발전 이익'을 추가했다. 발전 이익이 위협을 받으면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 이익 침해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자주 언급하는 표현이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홍콩 국가안전법(일명 홍콩보안법) 제정 등 대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발전 이익 수호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 9월 미국 국방부가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발표하며 위협론을 제기하자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군사력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응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굴기를 막기 위해 경제·외교·첨단기술 등에 걸쳐 전방위 공세를 가하는 중이다.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 등에서 미·중 간 열전(熱戰)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이번 국방법 개정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인대 상무위에 출석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우리는 발전의 전략적 기회와 함께 안보 위협 및 도전에 노출돼 있다"며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방법 개정안은 전쟁 수행 범위도 넓혔다. 기존 국경·영해·영공에 우주와 전자, 인터넷을 추가했다. 대기권을 벗어난 곳이나 사이버 공간도 전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대외 군사 관계' 장에는 글로벌 안보 관리 참여, 안보 분야의 다자 대화·협상 참여, 보편·공정·합리적인 국제 규칙 제정 추진 등의 표현이 새로 추가됐다. 경제·군사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국제 사회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를 노린 흔적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국무원과 중앙군사위가 공동 관리하는 국방 업무 중에서 '무장경찰'을 삭제했다. 무장경찰을 인민해방군 산하로 옮긴 조치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를 만든 셈이다. 또 군인이 충성해야 할 대상에 '중국 공산당'을 더하고, 공무원과 대학 등 각급 학교의 군사 훈련 실시도 강화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 집권 후 도입된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확대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의 힘을 빼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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