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러한 입장은 21일(현지시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공개됐다.
교황은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하나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결합법”이라며 “이는 동성애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고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했다. 시민결합법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동성 커플에게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미국의 일부 주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교황의 언급에 대해 교황청 안팎에서는 성소수자(LGBTQ) 이슈와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적인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들은 이 같은 그의 발언에 "동성 간 가족 구성을 공개 지지한 역대 첫 교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소수자 차별을 강한 톤으로 비판해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있을 당시 동성 결혼 합법화에는 반대하면서도 이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교황으로 즉위한 뒤에도 동성애자에 대한 존중과 차별 금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가톨릭계의 민감한 주제 가운데 하나인 동성 결합 지지 여부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미국 등의 보수 가톨릭계에선 역대 교황들이 고수한 입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교회의 대표적 보수파인 토머스 토빈 주교는 성명을 통해 "교황의 발언은 오랜 기간 지속돼온 교회의 가르침에 반한다"며 "교회는 객관적으로 부도덕한 관계의 수용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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