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원들과 함께 1주 정도 써 본 카카오워크는 불안정했다. PC에서 업무용 문서 프로그램, 브라우저, 카카오워크 등을 띄워 놓고 창을 오가면서 대화하다 보면 몇 분에 한 번은 앱이 꺼졌다. 앱이 멀쩡한 듯 보일 동안에도 메시지 송수신이 띄엄띄엄 이뤄졌다. 지난달 말 아침이었다. 나는 동료에게 취합할 정보를 건넸는데, 부서장은 공지사항을 썼다는데, 서로가 뭘 어쨌다는 건지 모른 채로 각자 할 일을 하는 상황이 연이틀 벌어졌다. 그날 우리 부서는 다시 카카오톡을 쓰기 시작했다.
아쉬운 건 카카오워크 모바일 앱의 안정성뿐이 아니었다. 아직 화상회의같은 주요 기능을 스마트폰에선 못 쓴다든지 태블릿은 지원 기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든지 이런 점에 불만이 컸다. 카카오워크 출시 현장에서 이 앱의 핵심 기능으로 소개된 조직도 통합과 근태관리 기능에 대한 문제가 여러 사용자를 통해 제기됐다. 어려운 설정법과 이를 다루기 위해 처리해야 하는 절차 및 메뉴 구성 자체의 복잡함에 비해, 적용을 위한 안내나 설명은 너무 불친절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 사용자 리뷰 하나. "… 근태관리와 전자결재를 관리자모드에서 따로 지정해야 하는데 매우 불편 … 나이있으신 분들 타깃으로 만든 것 같은데 그들이 이걸 잘 쓸 수 있을지 의문임. 복잡함.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이거 쓸 이유가 전혀 없을 듯. 슬랙과 잔디가 존재하는 이상 … AI 어시스턴트 기능, 대체 왜 있는거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이 리뷰를 남긴 사용자는 3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1·2점을 매긴 사용자들의 리뷰에는 거친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옮기지 않겠다.
이 쯤에서 드는 생각은 세 가지다. 우선 카카오워크의 등장에 긴장했던 경쟁자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당초 가졌던 심리적 부담은 현시점에 좀 줄었을 수 있겠다. 국내 시장은 이미 출신지·덩치가 다양한 기업 협업툴의 각축장이다. 단일 협업툴 제품으로 유효 사용자 확보와 수익화를 추구해야 하는 작은 회사들의 담당자들에게 카카오 브랜드 파워를 업은 카카오워크의 참전은 걱정스러운 이벤트였다. 현시점에 기존 사업자들이 사용자를 빼앗길 위험은 적다.
무료 프리뷰 버전에 한정하긴 했지만, 카카오워크의 출시 선언은 급했다. 카카오워크는 무료 구간 요금제와 기업 규모별 업무 특성에 맞는 기능 및 가격 차등을 둔 3개 유료 구간 요금제로 제공될 예정이다. 지금은 그중 가장 저렴한 유료 구간 요금제(스탠더드)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유료 구간에서도 앞서 지적된 것처럼 모든 기기에 모든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과금을 시작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온라인게임으로 치면 출시 전 공개 베타테스트 단계다.
유료 버전 출시일은 다음달 25일, 한 달 앞이다. 기술적으로 빠른 개선이 필요한데 아직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카카오워크 모바일 앱의 버전은 지난달 16일 출시됐다. 마지막 업데이트가 추석 연휴 직전이다. 이후 오늘까지 꼬박 한 달간 업데이트가 없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이달만 세 번 있었다. 카카오워크 개발진에게도 적절한 업무 우선순위와 자원이 할당되길 바란다. 이달말 '카카오워크 세일즈파트너'가 선정된다. 제품이 받쳐줘야 이들의 현장 영업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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