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무릎이 아파 가까운 거리를 걷는 것도 힘들 만큼 생활이 불편해지는 때가 온다. 노화로 인한 연골 손상(퇴행성관절염)이다. 관절염 초·중기에는 주사치료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치료가 효과가 있지만, 연골이 모두 닳은 관절염 말기에는 약을 먹어도, 물리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닳아 없어진 무릎 관절 자리에 인공 구조물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통증이 줄어들고, 무릎 관절 운동 범위가 회복된다. 이때 걷고 뛰는 관절 기능을 최대한 회복하려면 수술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최근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왕배건 부평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26일 아주경제와 만나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노년에도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부평힘찬병원은 지난 7월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 스트라이커의 인공관절 수술 로봇인 ‘마코 스마트로보틱스(이하 마코)’를 도입, 3개월 간 전체 인공관절 수술의 70%인 200여 건을 로봇으로 진행했다.
마코 로봇수술에선 우선 환부를 컴퓨터단층촬영(CT)한 후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3차원(3D)으로 변환한다. 가상의 3D 시뮬레이션으로 환부 상태를 분석하고 뼈 절삭 범위와 인공관절의 크기와 삽입 위치를 정해 1차 수술 계획을 수립한다.
왕 원장은 “인공관절을 정교하게 넣으면 무릎 주변 조직을 자극해 통증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3D 시뮬레이션으로 관절뼈를 어느 정도 두께로 자를지, 어느 정도 크기의 인공관절을 어떤 각도로 넣을지 등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반인공관절 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에선 무릎이 구부러지는 각도가 평균 10도 이상 더 얻어지는데, 이는 무릎을 굽히는 활동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보다 좌식 문화인 한국인에게 유용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대학병원(UCLH) 연구결과에 따르면 로봇수술 직후 가능한 무릎 운동 범위는 104도로 기존 수술보다 11도 증가했다. 또 수술 후 8주까지 환자 통증을 55.4% 줄였고, 수술 후 회복시간을 11시간 단축했다. 이는 햅틱 기술 덕분이다.
햅틱 기술은 사전에 계획된 범위 내에서만 절삭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술로, 절삭이 시작될 때 수술 부위 주위에 가상의 경계면인 ‘햅틱 존’을 형성해 안전구역을 만들어 수술의 정교함을 높인다. 예컨대 절삭기가 햅틱 존을 살짝 벗어나면 마코의 작동이 순간 멈춰 계획하지 않은 부분은 절삭하지 않는다. 사전에 정해진 범위만 정확하게 절삭해 주변 조직의 손상과 출혈을 최소화한다.
왕 원장은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 수술 후 통증이 감소하고, 이는 환자가 빠른 시간 내 재활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줘 관절 기능 회복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수혈의 필요성이 줄어드는데, 현재 혈액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스크리닝 할 수 있는 틀이 없기 때문에 수혈 최소화는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스트라이커의 마코 로봇은 무릎 전치환술 및 부분치환술, 고관절 전치환술에 대해 유일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정형외과 수술 로봇으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미국, 유럽 등 26개국에서 30만 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하며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엔 지난 2018년 처음 공급된 이후 현재 서울대병원과 힘찬병원 등 총 6개 병원에서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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