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DB) 업계 강자인 오라클이 클라우드에 적합한 최신 하드웨어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선도하는 클라우드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최신 하드웨어와 기업용(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갖춘 차세대 클라우드로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 사업을 수주하려는 전략이다. 이미 줌, 틱톡(예정)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을 클라우드 고객으로 확보하며 업계 3위인 구글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오라클이 클라우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탐 송 전 IBM 전무를 부사장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자체가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 비즈니스에서 DB라는 색을 지우고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오라클이 클라우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탐 송 전 IBM 전무를 부사장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자체가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 비즈니스에서 DB라는 색을 지우고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송 대표는 "오라클은 2개의 한국 리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을 포함해 24개의 전 세계 리전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 36개의 리전을 세울 계획이다. 이는 클라우드 후발주자임에도 AWS 이상의 서비스 거점을 확보한 것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오라클과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이 한국 시장에 리전을 2개(서울·춘천)나 배치한 이유를 두고 "대기업을 지원하려면 아무래도 데이터센터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기업 업무용 IT 인프라는 99.9%의 가용성(서비스 운영 시간)이 필수라고 여겨지는데, 이를 위해 한 개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메인 데이터센터로 활용하고 다른 한 개는 장애가 발생했을 때 예비 데이터센터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오라클 클라우드(OCI)의 강점으로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꼽았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 IT 인프라가 낡은 경쟁 사업자와 달리 오라클 클라우드는 최신 IT 인프라로 구성되어 있어,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오라클은 자사의 클라우드를 2세대 클라우드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최신 IT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넘어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오라클 클라우드 사업부에선 데이터센터 구조부터 가용성과 보안까지 기업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세심히 디자인하고 있다.
송 대표는 "오라클 클라우드는 차별화된 성능과 보안으로 IT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 3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줌'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줌은 1000만명에서 3억명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한 서비스 이용자 수를 감당하기 위해 클라우드 파트너로 오라클을 택했다. 이를 통해 매일 7페타바이트(P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클라우드에 최신 IT 인프라가 필요한 것일까? 송 대표는 가트너 조사결과를 인용해 오라클DB를 클라우드에서 실행할 경우 오라클 클라우드가 경쟁사보다 가격 대 성능 비가 우수하다고 밝혔다. 같은 작업을 처리해도 오라클 클라우드는 경쟁사의 절반 이하 가격에 완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클라우드는 자동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오라클 클라우드의 또 다른 경쟁력은 다양한 자율운영(오토노머스) 서비스다. 클라우드가 DB부터 운영체제와 보안까지 과거에는 기업의 IT 관리자가 직접 신경 써야 했던 부분을 클라우드가 알아서 관리해준다.
예를 들어 오라클의 자율운영 DB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오류 수정 등 과거에는 사람이 처리해야 했던 작업을 클라우드가 처리하고, DB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기존에 자동 백업해둔 데이터를 활용해 알아서 자가 복구해준다. 기업은 그만큼 IT 인프라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을 절감하고 자사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자율운영 리눅스의 경우 기업이 시스템을 최신 버전 리눅스로 자동으로 업데이트해 구버전 리눅스 운영체제에서 발견되는 보안 문제를 해결해준다. 과거에는 리눅스 업데이트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으나, 이 기능을 통해 기업은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송 대표는 "IT 장애의 상당 부분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고장이 아니라 사람이 일으키는 '휴먼 에러'로 집계되고 있다. 자율운영 DB는 이러한 휴먼 에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는 자동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게 오라클의 비즈니스 철학이다. 전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용자가 발전소에 가지 않는 것처럼 클라우드도 기업이 필요할 때 모든 IT 인프라를 즉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IT 인프라에 대한 고민 없이 자사 비즈니스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오라클 비즈니스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요구에 귀 기울여... 소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시장 공략
송 대표는 IBM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선호하는 한국 대기업 IT 인프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내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IT 인프라로 유닉스 대신 리눅스를 선호하는 곳이 많다. 반면 한국 대기업은 유닉스를 선호할 뿐만 아니라 일부 대기업은 IBM 메인프레임과 같은 대규모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두고 송 대표는 "많은 한국 대기업의 중요한 데이터가 오라클의 운영체제와 DB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 데이터를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는 오라클 클라우드로 유치해 오라클 클라우드 사업을 성장시킬 것"이라며 "조금 과장을 보태 한국오라클이 잘해야 한국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제대로 이뤄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클라우드를 단순히 기술로 볼 수는 없고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클라우드 업체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연한 서비스 옵션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오라클이 개발한 대표적인 클라우드 사업이 'OCI 커스터머 앳 리전(이하 커스터머 리전)'이다.
커스터머 리전은 오라클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컨테이너 크기로 압축해 고객의 데이터센터에 설치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연결하면 고객은 데이터를 자사 데이터센터에 보관하면서 오라클의 최신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AWS '아웃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스택' 등 기업 데이터센터에 기술을 제공하는 유사한 서비스가 시중에도 있지만 설치, 관리, 운영, 기술 업데이트 등 클라우드에 관련한 모든 기술과 지원 서비스를 토털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은 오라클의 커스터머 리전이 처음이다. 지난해 커스터머 리전이 공개된 이후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모듈러 데이터센터', 네이버클라우드 '뉴로 클라우드' 등 유사한 클라우드 상품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커스터머 리전은 기업이 민감한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면서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최신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최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술이다. 대기업에 적합한 미래형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클라우드 업체는 이러한 소형 데이터센터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한국오라클은 삼성SDS, 메가존 클라우드 등 국내 파트너사와 협력해 국내 대기업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한국 파트너와 적극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일리노이 대학교 어버너샴페인캠퍼스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오라클에는 지난 2017년 9월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이전에는 IBM 전미 BI 솔루션 세일즈 사업 부장, IBM 미국 중부지역 BI 솔루션 세일즈 담당 이사, 한국IBM 금융사업본부 전무, 올스테이트 전무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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