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입찰 참여사가 분양가 보장 또는 이사비 지원과 같은 약속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법은 처벌 규정이 없는 반쪽짜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는 '2020 주거종합계획'에 따라 지난달까지 손보기로 했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 방향을 아직 결론짓지 못했다.
이와 함께 올해 말까지 정비사업 입찰 시 금지사항을 구체화하고 처벌규정을 마련키로 했던 '주거 및 도시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 작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한남3구역도 결국 정부가 목표한 대로 조합이 자발적으로 입찰 중단 후 재입찰로 투명하게 시공사를 선정한 바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진흙탕 수주전으로 번졌던 한남3구역 사태 이후 "정비사업 비리를 척결하겠다"며 "처벌규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과거와 확연한 입장 차이가 생긴 셈이다.
핵심은 도시정비법상 입찰 참여사의 금지사항을 구체화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다. 이 조항에는 "건설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별도의 처벌 근거는 만들지 않았고, 지난해 말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22개 법령 위반으로 국토부가 검찰에 넘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로 "도시정비법 제135조 제2호, 제132조 제1호에 해당하는 국토부 고시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4조 제3항'이고, 동 고시 제30조 제1항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음"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토부가 법 위반으로 의심한 항목은 △공사비·이주비 등 사업비 무이자 지원 △분양가 보장 △특별 제공품목(TV 등 가전제품) △임대주택 제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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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팀장 A씨는 "입찰은 말 그대로 경쟁인데, 타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건 부당한 처사"라며 "다만 경쟁이 더 과열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주산업은 전쟁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판에, 걸려도 그만인 정도의 페널티로는 자정작용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남3구역 이후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도 '사업활성화비' 명목으로 현행법상 금지된 이주비를 우회 지원하는 등 과거와 유사한 입찰경쟁이 재현된 바 있다.
당시 관할 서초구 관계자는 본지에 "앞서 용산구 한남3구역에 입찰한 3개사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았나"라며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선 처벌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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