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토반' 이솜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유나 역의 배우 이솜[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케팅부 사원인 유나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의 미장센 그 자체다. 가늘고 긴 갈매기 눈썹과 버건디색 립스틱, 볼륨을 넣은 머리 모양으로 한껏 멋을 낸 유나는 관객들을 순식간에 그 시절로 데려간다.

1990년대생인 배우 이솜(30)이 이토록 완벽하게 그 시절을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덕이 컸다. 그는 그 무렵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유나를 스타일링 했고 텍스트로 그려진 인물을 살려냈다. 이 모든 건 작품에 대한 욕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5년도 사진이었는데 (어머니가) 굉장히 멋진 스타일링을 하고 계셔서요. 의상팀에 '어느 신이든 한 번은 이 의상을 입고 촬영하고 싶다'라고 제안했어요. 영화 말미 유나가 블랙 터틀넥과 볼드한 골드 목걸이를 하고 친구들과 대책 회의를 세우는 모습이 바로 (사진 속) 그 모습이죠."

어머니의 모습을 유나에 반영한 것은 그 시절의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많은 딸이 그러하듯 이솜 역시 어머니가 유나처럼 근사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어머니와 꼭 닮은 유나의 얼굴로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고, 거침없이 제 의견을 피력했다.

"어머니는 유나와 정반대의 삶을 사셨거든요. 유나라는 멋진 여성에 엄마를 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니터하면서 그 시절 엄마와 꼭 닮은 유나를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유나 역의 배우 이솜[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캐릭터를 향한 이솜의 진심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이솜의 스타일링 때문에 더욱 그 시절을 느껴볼 수 있었다며 입을 모았다.

"감독님께서 (유나의) 스타일링을 맡겨주셨어요. 제가 패션에 관심도 많고 (스타일링도) 재밌게 하는 편이라서 믿어주신 것 같아요. 갈매기 눈썹이며 갈색 립라인, 블루 블랙 컬러로 염색한 머리 색깔, 영화 말미 펌 스타일링도 제 아이디어였어요."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건 스타일링뿐만이 아니었다. 유나의 서사는 물론 자영(고아성 분), 보람(박혜수 분)과의 관계성도 이솜의 아이디어로 더욱 풍부해졌다.

"유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아이예요. 책을 많이 읽고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제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세 친구의 '관계'였다. 이솜은 개성 강한 세 친구가 어떻게 가까워졌을지 고민했고 성향을 고려해 관계를 구성했다.

"세 친구가 개성이 정말 강하잖아요. 이들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고 세 명은 어떤 관계일까 고민해봤어요. 특히 보람이와 유나는 극과 극일 정도로 성격이 다르니까요."

이솜은 고민 끝에 유나가 보람에게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설정을 추가했다. 회사에서 정직원에게 아이디어도 빼앗기고 과거 비서실에서 벌어진 일로 모욕을 당한 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나가 보람에게 '이자영한테는 말하지 마'라고 덧붙이는데 분위기 전환도 되고 관계성도 보여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간 이솜은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응시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을 연기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유나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도 "나도 모르게 이런 캐릭터에 끌리는구나" 싶다고.

"마냥 걸크러시한 느낌을 가진 캐릭터는 흥미롭지 않아요. 캐릭터의 이면을 보고 싶죠. 유나라는 캐릭터가 그랬어요. 그의 이면에 정서적인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시나리오 속 정황들로 유나라는 인물을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회사 그리고 친구들이랑 있을 땐 다른 면모가 나오고…. 그런 부분들을 채워보려고 한 거예요."

이솜은 자신의 모습을 일부 차용해 유나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닮았다고 생각지 않지만, 주변에서는 비슷하다고 말하곤 한다고.

"저는 유나와 반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할 말은 다 하는 편'이라면서 닮았다고 하는 거예요. 아,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했죠. 하하하. 저의 모습들을 모아서 유나가 탄생한 것 같아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유나 역의 배우 이솜[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008년 Mnet 모델 선발프로그램 '체크 잇 걸'로 데뷔해 2010년 영화 '맛있는 인생'을 통해 연기 활동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데뷔 초만 하더라도 연기로 혹평을 받던 이솜이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인 연기와 더불어 자신만의 색깔도 보여주고 있어 거침없이 팬들을 늘려가는 중. 작품을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이다.

"극 중 반은경 부장이 그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 한 작품씩 하면서 성장한 게 아닐까 싶어요. 어제의 저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어요.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