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멀쩡한 독감백신까지 반납 지시…정부, 회수 백신 재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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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송종호 기자
입력 2020-10-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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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수한 61만5000 도즈, 폐기여부 결정 못해

A의원이 서초구보건소로부터 받은 백신 반납 공문 [사진=황재희 기자]

정부가 최근 백색입자가 발견된 독감백신 회수에 나섰지만,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백신뿐 아니라 멀쩡한 백신도 기존 공급 수량에 맞춰 반납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서 추후 이를 재사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서울 서초구 A의원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보건소로부터 “백색입자 관련 독감백신을 무조건 물량에 맞춰 반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A의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독감백신을 지난달 100개 받았는데, 이 백신 중 3개를 국가접종일 시작인 22일이 아닌 전날 미리 사용했다”며 “날짜를 지키지 않고 하루 전날 예방접종을 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백신까지 같이 물량에 맞춰서 반납하라는 지시는 이상했다”고 밝혔다.

A의원은 상온노출에 따라 백신접종이 연기되고, 일부 제품들이 회수되면서 해당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색입자 백신 문제가 터지면서 해당 백신을 반납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2020~2021절기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지침 준수 및 백신반납 안내’ 이름으로 온 공문에 따르면, 한국백신사의 인플루엔자 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내에서 백색입자가 확인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9일자로 회수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9일 이후부터는 해당 백신의 접종이 중지되고 예방접종 비용 상환 역시 중단됐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공문 4번에 있는 ‘백신 회수 및 반납’이었다.

A의원 관계자는 “보건소에서는 문제가 된 해당 백신을 회수하고 있다며, 반납을 안내했다. 그런데 사용 및 파손된 백신 수만큼 인플루엔자 백신을 보건소로 콜드체인(cold chain, 저온 유통체계)을 유지해 반납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보건소에 문의하니, 받았던 물량 수대로 그대로 반납을 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며 “문제가 된 한국백신의 코박스플루4가PF주만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받았던 물량대로 반납을 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문제가 된 코박스플루4가PF주를 이미 3개 사용했다면, 다른 백신으로 3개를 채워 넣어 처음에 받았던 물량대로 반납을 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A의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백신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코박스플루4가PF주만 회수하면 되는데, 왜 멀쩡한 다른 백신 3개를 무조건 포함시켜 반납을 하라고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보건소에 그렇게 물어보니 ‘그쪽에서 잘못했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나처럼 미리 백신을 사용했거나 보관과정에서 백신을 파손시켰다면, 다른 멀쩡한 백신을 구해서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소리다. 요즘 백신이 귀해서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콜드체인을 유지해서 물량 그대로를 반납하라는 명령 역시 석연치 않다. 이를 재사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초구보건소는 이와 관련해 정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지시에 따라 안내한 것으로, 우리 보건소가 임의로 반납요청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적인 지침방법에 따라 반납 요청을 한 것으로, 현재 이 부분은 우리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 서울시와 질병청에 질의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이와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해당 건은 질병청 소관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현재 회수된 백신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며 “폐기할 것인지, 재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포함해 현재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백신을 제조‧생산하는 제약사 관계자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상온노출‧백색입자 백신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지만, 일단 회수한 백신을 재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떻게 할지는 정부의 판단을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색입자 백신으로 회수된 백신은 총 61만5000개다. 앞서 상온 노출돼 회수된 백신까지 합치면 약 107만 도즈(1회 사용분)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6일 기준 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는 총 59건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이 중 46명은 독감백신과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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