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관의 원조 'SM엔터'···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아이돌 그룹에 있어 세계관이란 무엇일까? 세계관은 지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천·정서적 측면을 아우르는 세계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철학 용어이던 세계관은 게임, 영화 등으로 넘어오면서 시나리오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가리키게 됐다. 캐릭터부터 전반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뼈대다.
아이돌 그룹에도 독특한 '세계관'이 유행이다. 가요계에서는 아이돌 세계에서 통용되는 세계관을 ‘가수나 그룹이 지닌 연속성 있는 스토리나 설정’의 다른 말로 보곤 한다. 사실 그간 세계관에 공을 들이는 모습은 보이그룹쪽이었다.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청순, 큐티, 섹시, 걸크러쉬 등 매 활동 시 다양한 콘셉트의 변주가 가능하다. 화장과 의상, 메이크업만 바뀌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변신의 폭이 넓다. 때문에 걸그룹은 상대적으로 세계관에 관심이 적었다.
엑소 세계관에서 멤버들은 이 행성에서 온 것으로 간주, '결빙' '치유' '공간이동' 등 멤버마다 초능력도 부여했다. 엑소를 비롯해 샤이니, NCT 127, 웨이션브이 등 SM의 어벤저스로 구성된 그룹 '슈퍼엠'도 일종의 SM 세계관의 연장이다.
엑소 멤버들이 포함된 SM의 연합그룹 '슈퍼엠'을 통해서 SM 식 K팝의 영웅서사가 외부로 확장하는 데 이르렀다. 세계적인 캐릭터 기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마블(MARVEL)과 특별한 컬래버레이션한 것이다. SM엔터 식 'K팝 세계화'의 증거다.
슈퍼엠은 이번 앨범 '슈퍼 원'을 발매하면서 마블과 협업도 발표, 슈퍼엠 캐릭터와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영화 속 히어로 캐릭터가 어우러진 한정판 패키지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즉 아이돌에게 세계관이란 자신만의 독창적 스토리로 차별화 갖추고 팬덤 모아줄 기본 바탕이자 독보적 콘텐츠로 팬들에게 볼거리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만 아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또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은 팬들을 넘어 대중에게도 호기심 유발이 가능하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각종 IP(지적재산권) 사업(영화, 웹툰, 출판, 다큐먼터리 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뻔한 음악방송, 콘서트, 뮤비만이 아닌 세계관 담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 가능하기 때문에 팬덤 모으기 위한 방편이자 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SM엔터 영웅 서사의 일환에서 '에스파'도 맥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 에스파 '걸그룹 세계관의 끝판왕 될까?'
에스파는 ‘Avatar X Experience’(아바타 X 익스피리언스)를 표현한 ‘æ’와 양면이라는 뜻의 영단어 ‘aspect’(애스펙트)를 결합해 만든 이름으로,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획기적이고 다채로운 활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에스파의 로고가 지난 9월 발표한 슈퍼엠(SuperM)의 정규 1집 타이틀곡 ‘원(One)’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 미리 공개된 바 있다. 이 로고가 '에스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슈퍼엠과 에스파, NCT 등 SM소속 그룹들이 세계관을 차용하며 서로 넘나들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한다.
에스파의 첫번째 멤버 '윈터' 공개 후 각종 추측이 넷상에서 난무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대표하는 4인조 다국적 걸그룹이다, 멤버들의 예명은 실제하는 멤버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그룹상의 이름이며 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룹에서 빠지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온다 등 다양한 설들이 돌고 있다.
사실 그룹은 그대로 있고 멤버가 교체되는 스타일은 SM엔터 이수만 회장의 궁극적인 콘셉트였다. 일본에서는 '모닝구 구스메' 등 멤버가 바뀌지만 그룹은 그대로 유지되는 형태의 아이돌 그룹이 꾸준히 유지돼 왔다. 하지만 국내 팬덤의 정서상 멤버가 바뀌는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존 그룹에 적용되기는 어려웠다. 과거 '동방신기' 등에 멤버 교체를 시도했다가 팬들의 강력한 반대에 무산되기도.
하지만 SM엔터는 NCT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아이돌 그룹이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NCT는 ‘네오 컬처 테크놀로지(Neo Culture Technology)’의 약자이다. 또한 SM엔터 신기술 ‘뉴 컬처 테크놀로지(New Culture Technology·新문화기술)’의 약자이다.
NCT의 주요 포인트는 개방성과 확장성이다.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멤버 수의 제한이 없는 새로운 개념의 그룹이다. 'TO THE WORLD'라는 인사처럼 세계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한류의 현지화를 지향한다. NCT라는 브랜드 아래 전 세계 각 도시를 기반으로 한 각각의 팀이 순차적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NCT의 모든 유닛을 통칭하는 NCT U를 통해 멤버들의 다양한 조합과 변신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것.
에스파는 이러한 NCT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킬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SM엔터는 지금 세계관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의 확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네이버는 SM엔터에 총 1000억원을 투자했다. 양사는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글로벌 커뮤니티 멤버십 플랫폼 '팬십' 역량을 강화하고 차세대 영상 비즈니스 사업 확대를 모색한다.
네이버는 지난 4월에도 SM엔터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네이버는 SM엔터의 계열사 'SMEJ Plus', ‘미스틱스토리’에 다각도로 투자를 진행하고 차세대 디지털 영상콘텐츠 제작 펀드 조성을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공연, 음악,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발굴과 제작에 경쟁력을 높이고 네이버 브이라이브, NOW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플랫폼과 글로벌 아티스트 간의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M엔터의 공식 팬클럽 커뮤니티 '리슨(Lysn)'도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영상 콘텐츠 제작 강화를 위해 팬 커뮤니티를 팬십으로 일원화 시킬 예정이다.
네이버가 차세대 IT 시장을 점유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절실하다. SM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네이버는 기술력과 플랫폼으로 시너지를 낸다.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도입한 언택트 공연에서 타사를 앞서가는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한 SM은 플랫폼 형성에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코로나 19로 기반을 다져온 언택트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SM엔터는 비대면 유료시장을 공략할 기술이 준비됐고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관건인 상황이다. 따라서 차별화된 세계관을 가진 무한한 IP, 확장 가능한 새로운 그룹이 반드시 필요하다. 차세대 아이돌은 스스로 서사를 지니고 팬들에 의해 서사가 자라고 펼쳐지고 조합되고 융합되며 끝없이 성장하는 그룹이 될 전망이다.
에스퍼가 선보일 세계관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불러일으킬 지 지켜볼 일이지만 예쁘고 춤 잘추고 노래 잘하는 정석적인 걸그룹이 아닌 독특한 걸그룹이 탄생할 것만은 분명하다. 기다리고 상상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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