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 포기가 정권 교체가 아닌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설득이다.
28일(현지시간)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북한 사람들에 대해 그리려 했던 것은 대안적 비전"이라면서 "북한은 매우 번영할 수 있고, 김 위원장은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 지도자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미국)가 보여주려 한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석한 오브라이언 보조관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협상 교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불행하게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진전 시도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가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정권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 상대에게 그들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는 선택을 요구한다면 매우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며 "핵무기는 안보를 못 가져다주지만, 그것을 제거하면 북한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어 "국제 제재를 받는 북한이 현금과 무역 없이도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영리하고 근면하고 창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북한이 이를 실물 경제로 돌리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간 성취한 경제 성장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성장 잠재력 역시 크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및 하노이 회담과 비무장지대(DMZ) 접촉을 거론하며 "싱가포르 회담 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없었다"며 "두 가지 결과 모두 과거 행정부 하에서는 큰 성공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북미 정상이 여러 차례의 회담과 비무장지대(DMZ)에서 접촉했고, 이후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추가 핵무기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과거 미국 행정부에서는 '엄청난 성공'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매우 강경한 입장으로 비핵화를 요구했지만, 이를 아주 친절하게 말했다"면서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미국의 기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인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역시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의 공동 화상 세미나에서 "외교의 문은 열려 있으며 미국은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끊임없이 강조해왔다"면서 "한미 두 나라가 최선을 다해 보조를 맞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인도·스리랑카·몰디브·인도네시아 등 남아시아 4개국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베트남 방문을 일정에 추가한다고 28일 미국 국무부는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방문이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양국 간 외교관계 정상화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앞서 전주에는 베트남 정부가 '국가전복 기도' 혐의로 지난해 12년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마이클 응우옌을 석방한 사실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달 초 한국과 일본, 몽골 등 동아시아 순방을 계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일본에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반(反)중국 협력체) 외교장관 회담 일정만을 소화하고 미국으로 귀국했다.
당시 국무부는 10월 중 아시아 방문에 맞춰 일정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적으로 이번에도 방한 일정은 미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