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 리부트]中 '쌍순환' 전략 속엔 한국도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경협 기지개

옌청 '한·중 무역투자박람회' 개최

대표 親韓 도시, 장쑤성 지원사격

밤새 달려와 韓기업부터 찾은 성장

한·중 경제협력, 쌍순환 중요 고리

제2회 한·중 무역투자박람회가 열린 장쑤성 옌청시의 국제컨벤션센터(위)와 개막식 전경. [사진=이재호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한·중 간 경제 협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광둥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중국의 차세대 경제 중심지로 부상 중인 장쑤성의 적극적인 구애가 눈에 띈다.

중국이 '쌍순환(雙循環)'을 기치로 내걸고 내수시장 개방 확대와 독자적인 가치사슬 구축에 매진하는 현 시점이 한국 기업에 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잊은 투자유치 열기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고속철을 타고 7시간을 달려 도착한 장쑤성 옌청(鹽城)시.

기차역 출구 앞 신분증 검사 때 한국 여권을 내밀자 역무원이 어눌한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넬 만큼 친한(親韓)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실제 옌청에는 기아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 등 1000여개의 크고 작은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국 기업과 자본은 면적(1만7000㎢) 기준 장쑤성 1위, 인구(824만명)와 국내총생산(GDP·5702억 위안) 기준 2위의 대도시 옌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축 중 하나다.

올 들어 옌청은 난퉁(南通) 등 인접 도시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시내로 접어들자 '제2회 한·중 무역투자박람회' 개최를 알리는 대형 홍보물이 도처에 보였다.

차오루바오(曹路寶) 옌청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쑤성에서 열리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행사"라고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박람회 개막일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가 종료됐다.

이번 5중전회에서 논의된 14차 5개년 계획(14·5계획)과 쌍순환 발전 전략의 핵심은 자립과 자강이다.

블록 경제나 고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내수 중심의 경제(국내 대순환)와 중국 주도의 가치사슬(국제 대순환)을 완성하려면 외부의 호응도 중요하다.

옌청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옌청시 관계자는 "자동차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신에너지·첨단기술 등 영역에서 한국과 협력할 게 많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한·중'을 간판으로 내건 박람회를 열고, 장쑤성과 한국을 잇는 환황해 경제벨트 구축을 슬로건으로 외치는 이유다.

광둥성을 제치고 중국 최고의 경제 대성(大省) 등극을 눈앞에 둔 장쑤성도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 장쑤성의 GDP는 4조6722억9200만 위안으로 30년째 1위를 지켜 온 광둥성(4조9234억2000만 위안)을 압박하는 중이다.

러우친젠(婁勤儉) 장쑤성 서기는 산시성 성장 시절 삼성의 시안 반도체 공장 유치를 주도한 중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이다.
 

제2회 한·중 무역투자박람회에 참석한 우정룽 장쑤성 성장(가운데)과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기아차 부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특파원]

◆기아차 부스부터 찾은 장쑤성 성장

옌청시 정부는 박람회 참석이 예정된 96명의 한국 기업인을 위해 왕복 전세기를 띄웠다.

우정룽(吳政隆) 장쑤성 성장은 5중전회가 끝나자마자 밤새 기차를 타고 와 지난달 30일 박람회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전날까지만 해도 부성장만 참석하는 줄 알았다"며 "중국 측의 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귀띔했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와 만난 우 성장은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중소기업 임직원 가족들의 입국 지원 등의 애로 사항 해결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 전 열린 한·장쑤성 기업인 협력 교류회에는 450여명의 양국 기업인이 참석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우 성장이 1100년 전 당나라에서 유학한 최치원을 언급하며 한·중 우호를 강조하자 장 대사는 "올 들어 중국의 31개 성급 지방정부 중 장쑤성만 두 번이나 방문했다"고 화답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우 성장은 5중전회 개최 결과를 설명하며 "한·중 간 산업 가치사슬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은 한국과의 협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14·5계획이나 쌍순환 전략에 한국 변수가 포함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개막식 뒤 전시관 참관이 시작되자 우 성장은 장 대사와 함께 가장 먼저 기아차 부스를 찾았다.

50여명의 중국 관영 및 현지 매체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 성장은 기아차 부스에 수분 간 머물며 신규 출시하는 차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우 성장이 행사장을 벗어나자 다이위안(戴源) 옌청시 서기가 바통을 이어받아 장 대사를 에스코트하는 등 손님 대접에도 공을 들였다.

다이 서기는 개막식 축사를 통해 "14·5계획과 쌍순환 전략은 한국과 옌청 간 교류 심화에 역사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산업 순환을 통해 공영을 이루자"고 말했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제2회 한·중 무역투자박람회 개막 전 열린 한국·장쑤성 기업인 협력 교류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