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를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주가가 급락을 이어가며 연고점 대비 반값으로 주저앉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빅히트의 과도한 오버행(주식 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물량 주식)을 주가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히트는 이날 기준 전거래일 대비 1500원(1.06%) 오른 14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빅히트의 주가는 고점(35만1000원) 대비 6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달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빅히트 주가는 이날까지 13거래일 동안 3거래일을 제외하고 10거래일이나 하락했다. 이날과 지난달 22일과 27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 하락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빅히트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높은 시초가와 짧은 의무보유확약 기간 등을 꼽고 있다. 빅히트는 공모가를 산정할 때 통상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니라 시장가치(EV)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EV/EBITDA)을 활용한 바 있다. 빅히트는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사업을 이유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피어그룹에 포함하면서 공모가가 같은 업계 주가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다 빅히트의 최근 주가 급락은 기업공개(IPO) 때 맺은 보호예수 물량 중 일부가 유통되면서 가속화됐다. 기관투자자들은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주식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하고 청약에 나서는 편이다. 빅히트는 지난 9월 IPO 때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당시 기관투자자들의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 수량 427만8000주 중 78%에 대해 보호예수 약정을 확보한 바 있다. 약정 기간은 최소 15일에서 최대 6개월이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오버행이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며 빅히트 목표주가를 기존 26만4000원에서 23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매수’ 의견은 유지했다. 지난달 30일 빅히트의 중국계 투자회사 웰블링크의 상환전한우선주 177만7568주가 3일 상장된다는 소식에 전거래일 대비 9.55% 급락한 채 마감했다.
중국 벤처캐피털 레전드의 지분 중 당장 매도가 가능한 물량은 88만8784주로, 나머지 절반(88만8784주)은 내년 4월 14일까지 보호예수가 걸려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웰블링크의 보통주 전환으로 오버행 물량은 기존 217만주에서 306만주로 증가했다”며 “이들의 투자 단가는 2100원부터 3만원까지 다양해 현재 주가에서 매도할 경우에도 엄청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출회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모시장 역시 열기가 한풀 꺾였다. 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보수적인 공모가를 제시하며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 물량이 계속 풀릴 경우 빅히트의 주가는 당분간 하락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IPO 대어였던 빅히트 주가가 급락하면서 IPO업계도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보수적인 공모가 제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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