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관료들의 정치행위가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정치인들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자신들의 사익을 ‘신념’으로 포장하여 관철시키기 위해 집요함과 무모함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민주화 운동 경력으로 ‘흠결’을 무마하려는 선출권력에 맞서 ‘시험권력’은 전문성을 빌미로 선택적 정의와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과 기획재정부의 반발은 공히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이며,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역량과 책임이 부족한 정치(권)에 있다.
검찰이 현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를 사실상 총지휘했던 검사가 총장으로 임명되는 것에 일부 골수 친박 인사를 제외하고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총장 임명식에서 대통령이 건넨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의 격려사를 너무 고지식하게 해석한 탓일까? 헌법주의자를 자칭하는 총장은 자신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에서 대단한 집요함을 보여 마침내 낙마시켰다. 그러나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에 당연히 뒤따르리라 예상되었던 야당의 국회 폭력농성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선택적 정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새로 취임한 법무부장관마저 아들 특혜 논란과 검찰인사 후유증으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인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가 지연되자 총장 고립화와 사퇴 압력이 노골화되었다. 총장은 ‘대통령의 임기보장’을 무기로 퇴진 압력에 맞서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검찰개혁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자체에 맞서 검사들을 선동하고 나섰다. ‘검찰권력’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정권 상실의 ‘공적 제1호’를 정권 재탈환의 ‘공신 제1호’로 만들기 위해 열렬히 응원하던 야당은 총장이 ‘퇴임 후 봉사’를 거론하자 경쟁상대를 우려해 바로 거리를 취했다. 총장은 자신에 대한 탄압이나 제재는 검찰개혁에 대한 반대로 폄하면서 검찰조직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 명분의 허구성을 폭로하려면 ‘살아 있는 권력’이 그만큼 높은 도덕성과 품격을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총장이 파고드는 약점이 문재인 정부의 짧은 잔여 임기와 흠집난 도덕성이다. 과거 ‘정권의 시녀’에 지나지 않았던 검찰에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보장해준 제도적 독립성이 보수정권 하에서 검찰의 권한을 권력으로 둔갑시켰다. 검찰을 민주적 통제 하에 두는 것은 ‘공정’ 목적을 구현하고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인물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청문회 때문에 인재를 발굴하기 힘들다’는 대통령의 고충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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