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견학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소식에 입장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6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남북생명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 축사를 통해 “대립과 대결로의 회귀가 아닌,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정부의 입장이 때때로 달라 이전 정부의 성과를 이어나가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구상하려 시간을 흘려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남북이 대화를 하다가 다시 미워하고, 잘 만나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하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면서 이번만큼은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공조하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법을 찾아가는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면서 미국 방문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기회가 되는 대로 이러한 입장을 차기 미 행정부에 전달하고, 초기부터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춰가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2018년부터 이뤄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남북은 평화와 협력에 대한 대합의를 이룬 바 있고, 북·미 간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대타협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러한 남북, 북·미 간의 합의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북한도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지난 시간 북·미 간의 약속이, 조금은 진전됐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이번 미국 대선이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고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안보 환경과 전통적 가치가 수정된 ‘뉴노멀 시대’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이유에서다.
이 장관은 “세계는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연결돼 있고, 특히 보건의료와 재해재난,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연대와 협력을 통한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야 할 절박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 들어설 차기 정부 역시 이런 시대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고,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해 전략적 정책과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법 크다”고 내다봤다.
이 장관은 북한의 무력도발 우려를 겨냥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는 “일부에서 우려하듯,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의중을 탐색하기 위해 한반도에 인위적인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북한의 핵실험을 거론하며 “잘못된 선택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오히려 남북 간, 북·미 간 합의한 사항을 착실히 이행하려는 매우 전향적이고 유연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평화와 공존의 ‘남·북·미 시대’를 다시 새롭게 열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중단된 연락 채널을 복원하고 코로나19 대응 비롯해 보건의료, 재난재해, 농축산, 산림, 공유하천 등 남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분야부터 협력의 길로 나오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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